더할나위 없는 시작이었다. 올 시즌도 탈삼진 머신을 예약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7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해로 KBO리그 4년차를 맞이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 반즈는 올해 롯데와 총액 15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9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반즈는 5월 말 내전근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이탈했지만 25경기 9승 6패 평균자책점 3.35의 성적을 거뒀다. 부상에도 150⅔이닝으로 규정이닝을 채웠다. 무엇보다 지난해 탈삼진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9이닝 당 10.21개에 달하는 171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반즈보다 높은 9이닝 당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지난해 탈삼진왕을 차지하고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카일 하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말고는 없었다.
그리고 올해 첫 공식전 등판, 다시 한 번 탈삼진 머신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날 반즈는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 146km를 기록했다. 패스트볼 33개, 슬라이더 28개, 체인지업 8개, 투심 5개를 구사했다.

타자와의 승부들이 쉽지 않았다. 풀카운트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선두타자 박찬호를 2루수 땅볼, 김선빈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다시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김도영을 상대로는 8구 풀카운트 접전 끝에 몸쪽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2회에도 선두타자 나성범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이후 반즈는 탈삼진 퍼레이드를 벌였다. 위즈덤과 7구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 최형우를 상대로는 바깥쪽 144km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 그리고 이우성을 상대로도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솎아내 이닝을 삭제했다.
3회 선두타자 김태군까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고 최원준과도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지만 결과는 삼진이었다. 6타자 연속 탈삼진 행진. 2사 후 박찬호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김선빈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워 3회를 마무리 지었다.
4회 선두타자 김도영에게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를 맞았다. 3루수 손호영의 실책성 수비였다. 그러나 나성범을 2루수 땅볼, 위즈덤을 1루수 뜬공, 그리고 최형우를 상대로 슬라이더 3개로 3구 삼진을 솎아내 위기를 넘기고 이날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반즈는 “오늘 전반적으로 좋았다. 첫 몇이닝은 안 좋게 흐르면서 볼카운트가 늘어났지만 이후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잡았고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원하는대로 흘렀다”라며 “오랜만에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던지게 돼서 너무 기분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올해도 탈삼진을 많이 기록할 예감이다. 그는 “삼진을 잡으면 주자가 나갈 수 없다. 그게 투수들이 가장 원하는 방향이다. 그 방향대로 잘 흘러갔던 것 같다”라고 설명하면서 “오늘은 높은 코스로 던진 게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 많은 선수들이 나의 슬라이더를 봤으니까 선수들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그래서 올해는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높은 코스를 많이 공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ABS가 반즈의 탈삼진 능력에 영향을 끼쳤을까. 그는 “ABS의 영향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난 최고의 무대에서 던져봤기 때문에 내가 실행할 수 있는 것을 잘 실행하면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지난해 리그 최강자 자리를 지켰던 투수가 떠났다. 탈삼진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있을까. 그는 “만약 탈삼진왕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면 큰 영광이겠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다음 시범경기에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를 더 집중하고 싶다”라며 먼 미래보다는 당장의 순간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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