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년 연속 3할 타율에 빛나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김혜성의 부진 요인으로 구속 부적응을 꼽았다.
김혜성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랜데일 캐멀백랜치에서 펼쳐진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교체 출전해 삼진 1개를 기록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한 김혜성은 다저스가 2-5로 뒤진 7회말 유격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혜성은 여전히 2-5로 끌려가던 8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을 맞이했다. 마운드에 마이너리그 싱글A 경력이 전부인 23세 신예 그랜트 테일러가 올라왔고, 김혜성은 초구 볼 이후 2구째 커브에 헛스윙한 뒤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꽂힌 3구째 커터를 서서 지켜봤다.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김혜성은 4구째 아래로 뚝 떨어지는 85.9마일(138km)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김혜성의 두 번째 타석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1할6푼7리에서 1할6푼까지 하락했다.
김혜성은 지난 1월 4일 새벽 포스팅 마감(4일 오전 7시)을 불과 약 3시간 앞두고 다저스와 계약하며 극적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조건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3억 원)로,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4억 원) 보장에 2028시즌과 2029시즌 팀 옵션이 포함됐다.

다저스 구단이 주전 2루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이적시킬 때만 해도 김혜성의 순조로운 주전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시범경기 시작 후 타격에서 약점을 보이면서 서서히 입지가 좁아졌고, 급기야 타격폼에 변화를 주는 결단까지 내렸다. 이에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지만, 임팩트 있는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시범경기 타율이 1할대에 머무르고 있다.
김혜성은 하필이면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가장 뎁스가 두터운 최강 다저스를 택해 더욱 험난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계약 조건에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도 없어 행여나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으면 이의제기도 못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타격에서 콘택트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김혜성. 그런데 왜 시범경기에서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다저스 네이션’은 9일 “김혜성은 LA 다저스의 오프시즌 핵심 계약이었다. 그는 KBO리그에서 4차례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미국 야구의 빠른 구속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부진 요인을 짚었다.
그러면서 “김혜성이 과연 첫 시즌을 어디서 시작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미국 경력을 시작할 경우 그를 대신해 어떤 선수가 로스터에 진입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현지의 냉정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의견도 같은 맥락이었다. SI는 9일 “KBO리그 시절 눈에 띄는 2루수였던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공격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한국 투수들과 북미 투수들의 구속이 다르고, 이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데 김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안타를 많이 치지 못하고 있다. 김혜성을 둘러싼 물음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바라봤다.
오는 18일 도쿄시리즈에 나서는 다저스의 남은 시범경기는 불과 3경기. 이 기간 동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김혜성의 시즌 출발은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곳에서도 다시 생존 경쟁을 펼쳐야 꿈의 빅리그 데뷔전을 가질 수 있다. 김혜성에게 벌써 시련의 시간이 찾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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