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써서 힘이 들어가는 스윙이다.”
올해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 중반을 넘어선 시점,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에 대한 걱정을 전했다. 억지로 장타를 늘리기 위해 힘이 들어가는 스윙을 한다는 것. 김 감독은 “홈런은 치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나)승엽이의 스윙은 회전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팔을 먼저 써서 힘이 들어가는 스윙이다. 승엽이는 회전으로 스윙을 때리는 게 나은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라며 “홈런 20개 정도 때려야 자신의 값어치가 올라간다. 하지만 자신의 에버리지를 만들어 놓고 여유 있을 때 홈런 하나씩 때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1경기 타율 3할1푼2리(407타수 127안타) 7홈런 66타점 59득점 OPS .880으로 활약했다. 타율 전체 14위, OPS 11위로 리그 정상급 생산력 타자로 거듭났다. 특히 출루율은 4할1푼1리로 6위를 기록했다. 데뷔 때부터 선구안은 인정 받았는데 이게 결과로 드러나자 타격 생산성이 뛰어난 타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장타를 의식할 때가 아니라는 것. 풀타임 1년차에 불과한 선수이고 지난해 성적을 평균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게 꾸준한 활약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 메시지를 타격 파트 코칭스태프와 나승엽에게도 전달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홈런이 더 터지기 시작했다. 나승엽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 개막전, 5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1-3으로 뒤지던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도현의 144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최근 나승엽은 홈런을 연일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매구단’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교류전에서 홈런포를 터뜨렸고 2일 미야자키 구춘대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도 한 방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날까지. 연습경기 포함해 최근 실전 4경기 중 3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김태형 감독의 메시지가 나승엽에게 제대로 전달됐고, 나승엽은 이 조언을 잊지 않고 타석에서 수행하고 있다. 8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나승엽은 “대만에서 훈련하는데 그동안 스윙에 손을 많이 섰다. 손을 많이 쓰는 배팅을 했는데, 김태형 감독님과 임훈 코치님, 이성곤 코치님께서 말씀해주신 게 회전을 더 시켜보자고 말씀하셨다. 어차피 손과 팔은 앞으로 나오게 되니까 몸의 회전력을 더 이용해서 쳐보자고 했는데 그게 잘 맞는 것 같고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홈런 의식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을 때,. 코치님들과 방에서 매일 얘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변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거포 유형의 체구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KBO 전설의 홈런 타자가 된, 나승엽과 이름이 똑같은 이승엽 두산 감독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한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회전력을 활용한 스윙이 강점이었다. 나승엽도 회전력을 좀 더 활용하고 벌크업을 하면서 더해진 파워가 시너지를 발휘해서 장타로 연결되고 있는 모양새다.6m에서 4.8m로 낮아진 담장을 처음 마주했다. ‘성담장’ 철거 이후 첫 공식전. 나승엽은 “체감이 잘 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라면서 “그래도 담장을 내리니까 편한 것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날 나승엽의 홈런은 발사각 20도의 낮은 탄도의 홈런이었다. 자칫 담장에 걸릴 수도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타구를 보면서 담장을 의식했다. 떠서 날아가는 타구가 아니어서 걸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좀 편해진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윤고나황’이라는 롯데의 새로운 코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연봉도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첫 월급을 받기도 했다. 통장에 찍힌 액수에 “‘이렇게 많았나’라고 생각했다. 좀 새로웠다”라고 웃으면서 “작년보다 올해 더 책임감이 생겼다. 부담감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책임감이 더 생겼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교 시절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성사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드래프트 이후 롯데 입단으로 급선회 했다. 그리고 이제 억대 연봉자에 커리어도 탄탄대로만 남았다. 그는 “미국 진출을 포기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롯데에 입단한 선택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미국에 진출했다면 팀에서 나왔을 수도 있고, 군대를 준비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롯데라는 팀 때문에 결심을 바꿀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올해 더욱 성장해서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뽑히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해 프리미어12를 통해 대표팀 멤버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다 가고 싶어할 것 같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스텝업을 해서 대표팀에 뽑아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