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겨울, 선수단적으로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였던 불펜 필승조 구승민과 김원중을 붙잡았다. 두산 베어스와의 트레이드로 2022년 신인왕 출신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데려왔다. 대신 외야 유망주인 김민석과 추재현이 팀을 떠났다. 이게 전부다. 외부 FA 시장에서는 샐러리캡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고 한 차례 트레이드 이후에는 시장을 관망했다. KT 위즈에서 방출된 투수 박시영을 영입했을 뿐이다.
하지만 선수단 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구장 환경의 변화다. 한화 이글스처럼 신구장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사직구장의 특징 중 하나였던 높은 담장이 사라졌다. 6m의 담장이 4.8m로 낮아졌다. 높은 담장을 철거하고 이전으로 회귀했다.
롯데는 전임 성민규 단장 시절인 2022시즌을 앞두고 담장 높이를 4.8m에서 6m로 높였다. 홈플레이트를 뒤로 미뤄서 담장의 거리도 멀어졌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담장 높이의 변화였다. ‘성담장’ 시대의 시작이었다.
사직구장은 기존, 다른 구장들보다 높은 4.8m 담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신 홈에서 담장까지의 거리가 짧았다. 절대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었다. 투수들의 피홈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2021년 133개의 피홈런으로 최다 3위였던 롯데였다. 사직구장에서 절반이 넘는 72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담장을 높인 이후인 2022시즌 84피홈런으로 리그 최소 피홈런 팀이 됐다. 사직구장 피홈런도 40개로 줄었다. 2023년에도 시즌 전체 80피홈런으로 리그 최소 2위였고 사직구장에서는 27피홈런이었다. 2024년에는 리그 전체적으로 타자 친화적인 성향이 나타나며 피홈런이 139개, 사직구장 피홈런도 49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성담장’의 홈런 억제 효과는 확실했다. 투수들은 그만큼 심리적으로 편안해 했다.
투수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이 많았지만, 타자들은 답답함에 가슴을 치는 상황이 많았다. ‘성담장’의 상성은 타자들과는 최악이었다. 홈런이 될 만한 타구들이 담장에 맞고 튀어나왔다. 타자들에게는 악몽이었다. ‘성담장’이 생긴 뒤 20홈런 타자조차 찾기 힘들어진 롯데였다. 2022년 은퇴 시즌이었던 이대호가 23개의 홈런을 때려낸 게 ‘성담장’ 이후 유일한 20홈런 기록이었다. 2022년 이후 지난 3시즌 간 300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리그 홈런 순위 9위였다. 투수 친화적인 고척스카이돔을 쓰는 키움 히어로즈(259홈런)만이 롯데 밑에 있었다.

지난해에도 팀 내 최다 홈런은 손호영의 18홈런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는 두 자릿수 홈런 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 ‘성담장’을 끼고도 롯데는 타격의 팀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손호영을 비롯해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등 타선의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윤동희와 고승민은 각각 14홈런을 합작했다. 여기에 최고참 전준우도 지난해 17홈런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팀 홈런은 125개로 리그 8위에 그쳤지만 다른 지표들이 긍정적이었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285개의 2루타를 뽑아냈다. 홈런은 적지만 2루타 등의 중장거리 타구들을 생산해내면서 타선의 득점력을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성담장’ 때문에 홈런이 2루타로 둔갑한 타구들도 더러 있었다. 이전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담장’으로 손해를 본 상황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만약 2루타들이 홈런으로 바뀌었다면 선수들의 기록과 팀의 성적도 달라질 수 있었다. 구단은 타선의 세대교체와 함께 ‘성담장’ 철거를 두고 고민했다. 투수들을 생각하면 유지하는 게 맞았지만 타자들의 볼멘 소리, 담장을 높인 뒤 외야석의 시야 방해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꾸준히 접수됐다. 결국 구단은 지난해 성장한 중장거리 타자들의 성장을 화끈한 홈런으로 치환시키기 위해 담장 철거를 결정했다.
담장이 낮아졌다는 소식에 선수들은 반겼다. 특히 최고참 전준우는 “담장이 낮아져서 좋다. 선수들의 요청을 잘 수용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어떻게 보면 우리는 사직 외야를 잠실보다 멀게 느낀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은 팀인데 담장이 높다 보니까 그랬다. 이제 다시 담장이 낮아졌으니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담장 철거를 반겼다. 20홈런 타자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히 커진다.
투수들의 경우에는 다시 피홈런을 걱정해야 할 처지이긴 하다. 하지만 롯데의 방향성이 타격으로 잡힌 만큼 투수들도 이에 걸맞는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담장이 이전 높이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또 이전과 달리 담장까지의 거리는 약간 멀어진 상황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투수들에게 불리해진 것은 맞지만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는 게 투수진의 역할이다. 과연 ‘성담장’ 철거는 롯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8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부터 시뮬레이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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