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꺾여도 김민재(29, 바이에른 뮌헨)는 김민재다. 그가 '별들의 전쟁'에서 철벽 수비를 펼치며 혹평을 깨끗이 지워냈다.
바이에른 뮌헨은 6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푸스발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서 바이어 레버쿠젠을 상대로 3-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바이에른은 안방에서 '분데스리가 라이벌' 레버쿠젠을 폭격하며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차전 원정 경기에서 2골 차로만 패해도 8강에 올라가게 된다.
바이에른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는 해리 케인이 배치됐으며, 2선에는 킹슬리 코망, 자말 무시알라, 마이클 올리세가 출전했다. 중원은 레온 고레츠카와 요주아 키미히가 맡았고, 포백은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콘라트 라이머가 구성했다. 골문은 마누엘 노이어가 지켰다.
이에 맞선 레버쿠젠도 같은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아민 아들리가 나섰고, 2선에는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플로리안 비르츠, 제레미 프림퐁이 배치됐다. 중원은 에세키엘 팔라시오스와 그라니트 자카가 담당했으며, 포백은 피에로 인카피에, 마리오 에르모소, 요나탄 타, 노르디 무키엘레로 구성됐다. 골문은 마체이 코바르시가 지켰다.


시작부터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전반 4분 김민재가 프림퐁과 경합에서 승리했지만, 발목에 큰 충격을 입은 것. 김민재는 쓰러지는 프림퐁에게 깔리면서 왼쪽 발목이 순간 꺾이고 말았다. 그는 한동안 통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잠시 후 일어나 경기를 이어갔다.
바이에른이 빠르게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9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리세가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케인이 높이 점프해 헤더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레버쿠젠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14분 우파메카노의 백패스 실수를 프림퐁이 가로채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노이어가 선방하며 위기를 넘겼다.
바이에른은 추가 골 기회를 여러 차례 맞이했다. 전반 22분 코너킥 상황에서 무시알라가 헤더를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전반 31분에는 키미히가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전반은 바이에른이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바이에른이 후반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빠르게 추가골까지 나왔다. 후반 9분 키미히의 크로스를 골키퍼 코바르시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공을 놓쳤고, 이를 무시알라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0으로 격차를 벌렸다.
황당한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후반 13분 주장 노이어가 불편함을 느껴 교체를 요청한 것. 그는 무시알라의 골에 너무 기뻐서 달려가다가 근육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에른은 급하게 백업 골키퍼 요나스 우르비히를 투입했다.
레버쿠젠의 퇴장으로 경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후반 17분 이미 경고가 한 장 있던 무키엘레가 코망을 방해하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바이에른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18분 케인이 코너킥 상황에서 잡아당겨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직접 차 넣으며 3-0을 만들었다. 승기를 잡은 바이에른은 후반 44분 김민재와 고레츠카를 벤치로 빼줬다. 경기는 그대로 바이에른의 3골 차 승리로 마무리됐다.

김민재의 철벽 수비가 빛났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89분 동안 패스 성공률(89%, 41/46), 클리어링 4회, 볼 리커버리 3회, 공격 지역 패스 9회 등을 기록하며 레버쿠젠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레버쿠젠은 90분 내내 슈팅 3개에 그쳤다.
김민재의 활약이 더 박수받아 마땅한 건 부상 투혼이기 때문. 그는 경기 초반 발목이 꺾이고도 다시 일어나 사실상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게다가 김민재는 지난해 가을부터 아킬레스건 통증을 안고 뛰고 있다. 최근 팀에 먼저 휴식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동료들의 부상과 중요한 일정 때문에 좀처럼 쉬지 못하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괴물'뿐만 아니라 '로봇'으로 표현되는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김민재다. 크리스토르 프로인트 바이에른 단장도 김민재의 눈가가 찢어지자 "김민재는 기계다.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즉시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라며 걱정하지 않곤 했다.


독일 언론들도 김민재를 향한 찬사를 쏟아냈다. 'TZ'는 "태클 후 경기 초반에 쓰러졌으나 치료를 위해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이후 플레이를 이어갔고 강렬한 모습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그는 동료 윙어들을 계속해서 찾아내며 패스를 연결, 팀을 압박에서 해방시켰다"라며 그에게 최고 평점인 1점을 줬다. 독일에서는 1점이 만점이다.
'아벤트 차이퉁'도 김민재에게 평점 2점을 주며 활약을 인정했다. 매체는 "김민재는 최근 꾸준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이번 경기에서도 왼쪽 센터백으로 나섰다. 경기 초반 치료받았으나 계속 뛸 수 있었다. 완전히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민재에게 다소 박한 평가를 내리던 '빌트'의 인정도 받았다. 매체는 "김민재가 불안한 플레이를 펼쳤나? 이번 경기에선 아니었다. 그는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포지셔닝에서도 실수가 없었다"라며 평점 2점을 줬다. 이는 멀티골을 넣은 케인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경기 후 뱅상 콤파니 감독은 "전반전은 끝났지만, 아직 레버쿠젠에서 치를 2차전이 남아있다. 다음 경기에서도 똑같이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오늘 우리는 많은 부분을 잘 해냈고, 다음주에도 같은 일을 다시 해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칭찬할 시간이 없다. 기뻐할 순 있지만, 이제 보훔전과 다음 2차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며 남은 90분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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