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의 철인 3루수였던 황재균은 어쩌다 3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내, 외야 포지션 겸업을 도전하게 된 것일까.
황재균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6일 오후 KT 선수단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 만난 황재균은 “과거 캠프에서는 한 포지션만 계속 훈련했다면 이번에는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훈련을 소화했다. 또 연습경기 때 경기 도중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플레이를 해봤는데 예년과 다른 느낌이었다”라고 캠프를 마친 소감을 남겼다.
안 해봤던 포지션을 소화했을 때 느낌은 어땠을까. 황재균은 “거부감은 없었다.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 없이 소화했다”라고 답했다.
황재균이 늦은 나이에 돌연 다양한 포지션을 연습한 이유는 KT가 스토브리그에서 지난해 KBO 3루수 수비상에 빛나는 FA 허경민을 4년 40억 원에 영입했기 때문이다. 허경민은 과거 두산의 프로야구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왕조 내야수로, 2018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2024년 KBO 3루수 부문 수비상 등을 수상했고, 프리미어12,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쿄올림픽에서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황재균은 지난 2018년 KT 이적 후 무려 7시즌 연속 마법사군단의 철인 핫코너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구단이 자신보다 3살 어린 정상급 3루수에 40억 원을 투자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황재균은 작년 12월 일찌감치 3루수 경쟁을 포기하고 유틸리티 전환 결단을 내렸다.

이강철 감독에 따르면 황재균은 캠프에서 2루수, 유격수는 물론 외야로 나가 외야 수비까지 소화했다. 황재균은 “쉽지 않았지만, 현재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는 게 프로선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힘을 많이 썼다”라고 밝혔다.
이는 황재균의 생존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결정이었다. 그는 “크게 욕심 안 부리고 내려놨다. 내가 살아남는 법을 택해야하지 않나”라고 운을 떼며 “이렇게 쉽게 도태될 수는 없으니 스스로 많이 받아들였고, 준비를 많이 했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고, 이제 성적으로 이런 부분이 나타나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어떤 포지션이 가장 편했냐는 질문에는 “내야는 2루수를 보든 유격수를 보든 크게 거부감이 없었는데 외야수는 공을 던지는 부분이 생각보다 어렵더라. 공이 잘 안 날아가서 외야수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하체를 조금 더 써야한다고 했다. 내야수는 손목으로 가볍게 던지는데 외야에서 좋은 송구를 하기 위해 캐치볼할 때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변신하기 위해 체중 또한 12kg을 감량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다양한 포지션을 해야 하니까 그에 맞춰서 몸을 만든 것뿐이다”라며 “살을 빼면 파워가 떨어질 수 있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무게를 계속 늘렸다. 아직 파워가 떨어진 걸 확인 못했는데 경기하면서 중심에 맞았는데 안 넘어가면 파워가 떨어진 것이고, 넘어가면 파워를 유지하면서 살을 잘 뺀 것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연습경기 때 공 날아가는 걸 보면 큰 문제는 없는 거 같은데 연습과 경기는 다르니 경기를 하면서 느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황재균의 올해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포지션에서 전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고, 팀 KT가 슬로 스타터가 아닌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고 있다.
황재균은 “매일매일 경기에 나가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안 다치고 여러 포지션을 잘 소화해야 빈 포지션에 가서 경기를 뛸 수 있다”라며 “올해 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모든 선수들이 초반부터 치고 올라가는 걸 기대하고 있다. 매년 기대를 했지만,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니니 어떻게 될지 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알 거 같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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