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31년간 근속 중이던 일본 명문고 야구부 감독이 퇴임했다. 야구부원인 학생 2명을 체벌한 것이 문제가 되자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교토 지역의 전통적 강호로 꼽히는 류코쿠대 부속 헤이안 고등학교(이하 헤이안고)는 5일 기자 회견을 열고 최근 물의를 빚은 체벌 사건에 대한 조사 경과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야마와키 마모루 교장은 “본교 경식 야구부 감독이 부원에게 체벌을 가해 벌어진 사태에 대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한 뒤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열고, 야구부원 전체로부터 자세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교장은 이어 “당사자로 지목된 야구부 감독이 (가해 사실을) 인정했고, 여기에 따라 자택 대기를 명령했다”라며 “징계를 논의하던 과정에 감독 자신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고시엔 대회 통산 76회 출장(104승 72패 1무)으로 이 부문에서 전국 최고를 보유하고 있는 헤이안고는 유서 깊은 야구 명문교다. 4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특히 여름 대회에서만 3번 정상에 올라 ‘여름의 헤이안’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퇴임한 하라다 히데히코(64) 감독은 이 학교 출신으로 사회인 팀을 거쳐, 1993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모교 사령탑에 취임했다. 31년간 근속한 셈이다. 재임 기간 동안 고시엔에 19번 출장시켰다. 우승(2014년 봄)과 준우승(1997년 여름)을 각각 한 번씩 일궈냈다.

학교 측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벌은 일어난 것은 지난달 13일이다. 야구부 전체에게 내려진 과제를 제출하지 않은 2명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하라다 전 감독은 이들을 기숙사 식당 앞 로비로 불러 구두로(말로) 꾸짖었다. 그러던 중 손바닥으로 A학생의 머리를 내려치고, 종이 노트로 머리와 어깨, 목 부근을 10회 이상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B학생에게는 5회 정도의 체벌이 가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A학생은 다음 날 등교하지 않았다. “맞아서 여러 부위에 타박상을 입고, 전치 1개월의 진단을 받았다. 학교에 갈 수 없다”라고 했고, 이 사실은 교장에게 보고됐다. 교장은 곧바로 감독에게 전말을 확인한 뒤, 자택 대기를 명령했다.
학교 이사회는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절차를 밟던 과정에, 감독이 스스로 퇴직원을 제출했다. 사건 발생 나흘만인 지난달 17일의 일이다. 이후 이사회는 3월 2일 자로 퇴직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A학생은 감독의 퇴직 처리 이틀만인 4일부터 다시 등교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피해 학생 B는 이미 야구부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백이 된 감독 자리는 기존 코치 중 한 명의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히라다 감독은 측근을 통해 “학생을 어떻게든 만들어보려는 생각이 앞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무척 미안하게 생각한다. (학생이) 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야구를 계속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마음을 전했다.
야마와키 교장은 “히라다 감독은 내년이 퇴직하는 해였다. 그래서 올 여름 대회를 준비하면서 뭔가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어쨌든 학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개선할 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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