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유튜브 구독자 100만 돌파” 600만 달러 외국인 투수의 조마조마한 포부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3.05 08: 20

[OSEN=백종인 객원기자] 관심이 온통 집중된 입단 기자회견이다. 팀의 1년 농사를 좌우할 핵심 전력인 탓이다.
트레버 바우어(34)가 일본으로 돌아왔다. 행선지는 요코하마다. 1년 만에 DeNA 베이스타즈로 복귀한 것이다.
팀은 파격적인 연봉을 안겼다. 무려 600만 달러(약 9억 엔, 87억 원)나 된다.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실제는 10억 엔이라는 소문도 있다. 그만큼 에이스 대우를 확실하게 해 줬다.

입단 기자회견 때 자신의 유튜브를 위한 카메라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DeNA 베이스타즈 유튜브 채널 캡처

기대감을 모를 리 없다. 자신에 찬 목소리로 구단과 팬들을 안심시킨다.
“요코하마 팬들의 뜨거운 성원과 내 이름이 적힌 수건을 흔드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 무엇보다 사와무라상(최고투수상)을 꼭 받고 싶다. 사이영상처럼 권위 있는 타이틀이다. 최초로 둘 다 이룬 선수가 된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 (트레버 바우어, 3일 입단 기자회견)
여기까지는 괜찮다. 말끔한 문답이 이어진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며 삼천포로 빠진다. 누군가 ‘유튜브’에 관해 물었을 때다. “계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갑자기 생기가 돈다.
“목표는 일주일에 1회 업로드하는 것이다. 일단 미국 시청자용 채널을 활용할 생각이다. 일본어 음성 AI를 해봤는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대신 자막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올시즌 활약상을 렌즈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
채널 주인의 야심은 구체적이다.
“지금 구독자 숫자는 94만 정도다. 작년에 100만을 넘기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되더라. 올해는 꼭 골드 버튼을 받고 싶다.”
구독자 94만의 바우어 유튜브 채널. 트레버 바우어 유튜브 채널 캡처
일단 기자회견 시작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주인공이 카메라 하나를 들고 입장한다. 거치대까지 장착한 상태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더니, 적당한 위치를 찾아 세팅까지 마친다. 현장을 담아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이를 본 기자석에서 헛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물론 시대가 시대다. 요즘 세상에 그런 활동을 책잡을 수 없다. 다만, 걱정하는 눈길이 많다. 그 주인공이 트레버 바우어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독 SNS에 진심이다.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만 2개다. 영어로 된 것은 5일 현재 구독자가 94만 명이 넘는다. 동영상 숫자는 946개나 업로드 됐다. 또 하나는 일본어가 가미된 계정이다. 구독자 31만, 콘텐츠는 40개를 올렸다.
그 외에도 다양하다. 자신의 웹사이트가 있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 틱톡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계약 조건에 ‘자유로운 유튜브 활동 보장’이라는 조항을 걸기도 한다. 이번 DeNA의 경우도 그랬던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노출 횟수가 많으면, 그만큼 실수나 오류의 가능성도 커지는 게 당연하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다 생긴다는 뜻이다.
게릿 콜을 의심해서(파인 타르) 논란을 일으켰다. 팀 동료인 포수 미겔 몬테로를 디스 하는 랩을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다.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건도 SNS에서 만난 여성과 연관됐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공식 SNS 캡처
또 있다. 일본 팬들을 실망시킨 일이다. 이른바 ‘알코니스 중위’ 사건이다.
일본 주둔 미군인 릿지 알코니스는 2021년 후지산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트레킹을 마친 일가족을 차로 덮쳐 2명을 숨지게 만든 것이다.
과실치사로 기소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결국 본국으로 송환 조치됐고,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를 본 일본 국민들이 끓어올랐다. 굴욕적인 외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참 그러던 와중이다. 눈치 없는 바우어의 SNS 한 줄이 세상에 알려졌다. ‘웰컴 홈 릿지(Welcome Home Ridge!)’라는 멘션이다.
부글거리던 일본인들의 감정이 폭발했다. 관련 게시물의 조회수가 100만을 훌쩍 넘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비판과 욕설로 도배됐다. (알코니스 중위가 복무한 곳이 요코하마 인근 요코즈카 해군 기지였다.)
부랴부랴 유튜브 통해 고개를 숙이고, 일본어로 번역한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난 걸 받아줬더니, 은혜도 모른다’는 손가락질이 온통 그를 향했다.
그게 2023년 겨울의 일이다. 일본에서 첫 시즌을 마친 다음이다. 아마도 그런 여론이 재계약을 어렵게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그래서 한 시즌(2024년)을 멕시칸리그에서 보내야 했다는 관측이다.
과연 별일 없을까. 골드버튼을 꿈꾸는 유튜버의 야망은 괜찮을까. 요코하마 팬들은 조마조마하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공식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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