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트레이드 성공신화인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외면 받던 사직 아이돌이 두산 베어스 이적 후 스프링캠프 MVP를 차지하더니 더 나아가 정수빈의 리드오프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2025년 스프링캠프 야수 최우수선수(MVP)로 ‘트레이드 이적생’ 김민석을 선정했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 김민석은 빠른 적응과 함께 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3월 2일 롯데와의 구춘대회 맞대결에서 1번 중견수를 맡아 5타수 3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친정에 비수를 꽂기도 했다.
캠프를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한 김민석은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가 잘한 것보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잘 봐주셨다. 타이밍과 밸런스를 잡은 거 같아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체 위주로 신경을 쓰면서 중심 자체를 낮게 잡았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밸런스 잡는 게 편했다”라고 맹타 비결을 설명했다.
김민석은 구체적으로 “타격의 경우 내가 하이볼 지표가 낮아서 하이볼 칠 때 어떻게 쳐야 파울이 안 나오고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는지 연구를 많이 했다. 이승엽 감독님과 박석민 코치님이 그럴 때 손이 빨리 나와야한다고 조언해주셔서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친정 롯데전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을까. 김민석은 “처음에 롯데 형들을 만났을 때 어수선했고, 청백전 느낌이 들었는데 경기에 들어가서 그런 부분은 잊어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공항에서 김민석에 대해 “호주 때보다 훨씬 좋아진 거 같다. 우리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 콘택트 능력이었는데 우리 팀에서 상위권 수준인 거 같다. 시즌 때도 그 정도 능력을 발휘한다면 팀에 굉장히 도움이 될 거 같다.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 수비는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콘택트가 좋고 장타도 칠 수 있는 선수라 시범경기에서 1번으로 써보려고 한다”라고 큰 기대를 드러냈다.
김민석에게 이를 언급하자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잘할 것이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첫 타자는 역할이 중요하다. 쉽게 안 죽고 끈질긴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롤모델’ 정수빈의 리드오프 자리를 탐냈다.
두산은 작년 11월 롯데에 신인왕 출신 필승조 정철원, 유틸리티 내야수 전민재를 내주고,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데려오는 2대3 초대형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휘문고 시절 제2의 이정후로 불린 김민석이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제2의 정수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과감한 맞교환을 단행했다.

김민석은 초대형 트레이드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는 “나도 처음에 초대형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드 이후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초대형 트레이드가 나오지 않았나. 그 정도 급은 아니기에 초대형이라 표현하면 안 될 거 같다”라고 웃으며 “부담은 없다. 내가 부담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고 좋다”라고 말했다.
추재현이 1차 스프링캠프 MVP를 수상한 뒤 김민석까지 스프링캠프 MVP로 선정되면서 벌써부터 2대3 트레이드의 승자가 두산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민석은 “확실히 그런 평가가 동기부여가 된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왔으니 못하는 거보다 잘하는 게 훨씬 낫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민석의 올해 콘셉트는 ‘신인으로 돌아가기’다. 신인 시절이었던 2023년 영광 재현을 꿈꾸는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신인 박준순을 많이 따라다녔다. 준순이한테 많은 걸 물어봤는데 준순이 또한 처음이라고 해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많이 의지하면서 훈련을 소화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민석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1라운드 3순위 지명된 외야 특급 유망주다. 데뷔 첫해 129경기 타율 2할5푼5리 102안타 3홈런 39타점 16도루로 1군 경쟁력을 입증했고, 롯데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 고졸신인 역대 4번째 KBO 올스타 베스트12에 선정됐다. 김민석은 첫해 102안타를 치며 KBO리그 역대 8번째 고졸신인 데뷔 시즌 100안타까지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김태형 감독 체제 아래 주전 경쟁에서 밀려 1군 기록이 41경기 타율 2할1푼1리 6타점 14득점에 그쳤다.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롯데 2군 베이스캠프인 상동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올해 두산 캠프에서 ‘AGAIN 2023’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는데 1, 2차 스프링캠프를 통틀어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치며 MVP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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