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에 프로야구 레전드 출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들어 KBO리그 입성을 꿈꾸는 호타준족 외야수가 있다. 비록 4년 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미지명 아픔을 겪었지만, 대학야구에서 일취월장한 실력을 앞세워 오는 9월 다시 한 번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이 된 조영준(22·성균관대)은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한 달여 동안 진행된 성균관대 스프링캠프에서 대학야구 마지막 시즌을 준비했다.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와 에비노시에서 국내 고등학교, 대학교팀 및 일본 독립리그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3월 마지막 주 개막하는 대학야구 U-리그를 준비했다. 조영준은 대학리그에서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호타준족 우타 외야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영준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조성환 두산 베어스 QC 코치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조성환 코치는 현역 시절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로, 프로 통산 1032경기 타율 2할8푼4리 874안타 44홈런 329타점 459득점 116도루를 남겼다. 조영준은 아버지의 남다른 DNA를 물려받아 프로를 향해 착실히 달려가는 중이다.
조영준은 과거 아버지 조성환 코치의 큰 부상으로 인해 야구 종목에 두려움을 가졌던 어린이였다. 유치원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하면서 초등학교 진학과 함께 취미반에서 야구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부상을 보고 어린 마음에 꿈을 잠시 접었다.
조영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다시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지난주 미야자키에서 연락이 닿은 조영준은 “6학년 때 티볼 동아리를 하면서 다시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공을 맞히는 데 재미를 느껴서 그 때부터 엘리트 야구를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다”라며 “아버지는 내가 한 달 하고 그만둘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러나 야구할 때 처음으로 내 눈빛이 바뀌는 걸 보셨고, 그 때부터 야구선수의 꿈을 지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조영준은 부산 지역에서 리틀야구를 하다가 아버지의 모교인 서울 충암중학교, 충암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마침 조성환 코치가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제2의 커리어를 열게 되면서 가족이 다 같이 서울로 이사를 갔다.
조영준은 고교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해 충암고의 전국대회 2관왕(대통령배, 청룡기)에 힘을 보탰다. 성적 또한 25경기 타율 3할2푼6리(46타수 15안타) 2홈런 12타점 OPS .992로 준수했으나 2022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미지명 좌절을 겪었다.
조영준은 “야구하는 선수들이 프로에 가는 건 꿈이지 않나. 그런데 고3 시절 나 자신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스스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었고, 보완할 점도 많다고 느꼈다”라며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거면 외부의 시선도 같을 거라고 봤다. 그럼에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10라운드까지 노심초사 지켜봤지만, 지명이 안 됐다”라고 되돌아봤다.
조영준은 아픔을 뒤로 하고 성균관대로 진학해 4년 뒤를 기약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시 드래프트의 해가 찾아왔다. 조영준은 “대학에서 크게 뭔가를 보여준 건 없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생겼다”라며 “대학야구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야구를 택한 후회는 전혀 없다. 야구 말고도 학업(스포츠과학과)과 관련해서도 배운 게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3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준비가 되게 잘 된 느낌이다. 이제 남은 기간 야구장에서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하면 드래프트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다. 부상 없이 마지막 시즌을 잘 치러보겠다”라고 각오를 덧붙였다.

조영준의 주 포지션은 우익수다. 중견수도 소화가 가능하다. 대학 시절 내내 송구가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번 미야자키 캠프를 통해 이를 보완했다. 조영준은 “공은 곧잘 쫓아가는데 송구에서 불안한 점이 많았다. 정확도와 강도 모두 그랬다. 기복도 되게 심했다. 이번 겨울 박지규 코치님과 연습을 많이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이번 캠프의 가장 큰 수확이다”라고 전했다.
타격은 힘 좋은 중장거리 타자라는 평가다. 조영준은 “강점을 어필하자면 힘이 좋다. 다만 거포보다 중장거리 유형에 가깝다. 타구 스피드가 빠르다”라며 “타격, 주루할 때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답게 KBO리그 롤모델은 ‘악바리’ 손아섭(NC 다이노스)을 언급했다. 조영준은 “야구장에서 모습, 행동을 봤을 때 NC 손아섭 선수를 닮고 싶다. 전력질주, 타석에서의 투쟁심 등이 내가 배울 부분이다. 손아섭 선수 영상을 많이 찾아서 본다”라고 밝혔다.
아버지의 어떤 DNA를 물려받은 거 같냐는 질문에는 근성과 리더십을 꼽았다. 조영준은 “난 아버지와 야구 스타일이 다르다. 아버지는 되게 센스 있는 야구를 하셨다. 수싸움도 잘하셨다”라며 “나는 또래보다 힘이 좋고 스피드도 어느 정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점을 꼽자면 끈기와 근성 같다. 다른 선수들은 잘 안 될 때 좌절을 많이 하던데 난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은 잘 모르겠다”라고 바라봤다.
아울러 조영준은 조성환 코치의 리더십을 쏙 빼닮아 충암고에서 주장을 맡았고, 4학년이 된 올해 성균관대 주장을 맡게 됐다.

조영준은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야구선수이자 인간 조영준을 만든 아버지 조성환 코치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초등학교 6학년 처음 방망이를 잡았고, 아버지의 야구 DNA, 조언, 인성교육 덕분에 프로 입성을 노리는 늠름한 대학야구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조영준은 “나는 참 복을 많이 받은 선수다. 같은 길을 먼저 걸은 분을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있지 않나. 그 동안 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조언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라며 “아버지가 기술적인 부분은 잘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학교에 좋은 감독님, 코치님한테 배운 대로 하라고 말씀하신다. 대신 아버지는 야구장에서의 태도, 마음가짐을 늘 강조하신다. 어렸을 때부터 안 될 때는 당당하게 하고, 잘 될 때는 겸손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소중히 여기는 선수가 되라는 말씀을 늘 해주셨다”라고 밝혔다.
조영준의 올해 목표는 그 동안 아버지의 뒷바라지와 정성을 프로 지명을 통해 단번에 보답하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도 나름 힘든 점이 많으실 텐데 나한테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신 적이 없다. 나에 대한 걱정을 티를 내신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아버지 덕분에 야구하는 동안 정말 많은 걸 배웠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버지는 아버지 그 자체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아버지를 늘 존경하고, 아버지에게 늘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올해 프로 지명으로 꼭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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