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2번 시드로 참가한 T1의 도장깨기가 결국 해드엔딩으로 끝났다. 퍼시픽 1번 시드 디알엑스, EMEA 1번 시드 바이탈리티, CN 1번 시드 EDG에 이어 AMER 1번 시드 G2까지 내노라하는 쟁쟁한 강호들을 제물삼아 팀 창단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패자조에서 올라가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T1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VCT 퍼시픽에서 준우승의 아픔을 안겼던 디알엑스를 플레이오프 진출의 제물로 삼았고, 한 번씩 패배의 쓴 잔을 안겼던 바이탈리티와 EDG까지 잡아내면서 기적 같은 성장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결국 끝판왕 같았던 우승후보 G2까지 풀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면서 첫 글로벌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T1은 2일 오후 태국 방콕 UOB 라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발로란트 마스터스 방콕 결승전 G2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5-13, 13-9, 11-13, 15-13, 16-14)로 승리했다. 특히 1-2로 끌려가던 4세트와 5세트를 연장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승리하면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MVP는 4, 5세트 연장 상황에서 역전 드라마의 주역이었던 '메테오' 김태오가 차지했다.

승자조로 2장의 맵밴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G2가 프랙처와 바인드를 소거한 이후 로터스를 1세트 전장으로 선택했고, 어비스를 3세트 전장으로 삼았다. T1은 2세트 헤이븐 선택 이후 스플릿을 4세트 맵으로 낙점했다. 남아있던 펄이 최종 5세트 전장으로 결정됐다.
T1의 첫 출발은 불안했다. 1세트에서는 상대의 노림수에 일방적으로 휘둘렸다. 잔해 분석과 2선 진입 방어까지 모두 막히면서 5-13으로 완패했다.
1세트 '로터스'를 큰 격차로 패한 T1은 자신들이 선택한 '헤이븐'에서도 초반 불안한 모습이 나왔다. 전반을 6-6으로 마치면서 후반으로 넘아갔지만 G2가 15, 16라운드를 잡아내고 라운드 스코어를 8-8로 만들면서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위기의 순간 '버즈' 유병철이 베테랑 답게 듬직한 모습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앞서 연달아 두 번의 라운드를 내주면서 재화가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스톨로 무장했지만, G2의 선수들을 상대로 압승을 이끌어내면서 '절약왕'으로 완전히 분위기를 틀어쥐는데 성공했다. 흐름을 탄 T1은 이후 단 한 번의 라운드를 허용하면서 2세트를 13-9로 정리, 세트스코어를 1-1로 쫓아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추격에 성공한 T1은 그동안 약한 전장이었던 3세트 '어비스'에서 초반 6-0으로 앞서나갔지만 G2의 '조그모'와 '트런트'에 연달아 흔들리면서 11-13으로 역전을 허용, 매치 포인트를 내주고 말았다.

벼랑 끝에 몰린 4세트 T1은 기적 같은 미러클런을 시작했다. 4-8로 전반을 밀리면서 암담한 상황에서 ‘메테오’ 김태오와 ‘버즈’ 유병철, ‘스택스’ 김구택까지 리빌딩의 중심인 베테랑 3인방이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을 만들었다.
특히 연장전 26라운드에서 ‘메테오’ 김태오가 상대 스파이크를 해체하면서 기사회생한 T1은 27라운드와 ‘메테오’ 김태오가 28라운드 초반 상대를 완벽하게 기만하면서 역전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한 번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려 기어코 5세트 승부를 만들었다.

이날 결승의 최대 백미는 마지막 5세트였다. 또 다시 연장전에 돌입한 손에 땀을 쥐는 혼전 속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창단 첫 우승 드라마의 방점을 찍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