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힘 스털링(31, 아스날)이 또 한 번 굴욕적인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영국 'TBR 풋볼'은 1일(한국시간) "대런 벤트는 5000만 파운드(약 920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털링이 얼마나 못하는지 보고 충격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스털링은 한때 프리미어리그(PL) 정상급 윙어였다. 그는 리버풀에서 129경기 23골 17도움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승선한 그는 2015년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스털링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빠른 발과 돌파력을 뽐내며 7시즌 동안 339경기 131골 73도움을 올렸다. 이 시기에는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과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 비교되기도 했다.
하지만 스털링은 고질적인 결정력 문제에 더불어 전체적인 능력이 저하되면서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2022년 첼시로 이적했으나 부활에 실패했고, 올 시즌 엔조 마레스카 감독 체제에서 눈밖에 났다. 등번호 7번도 신입생 페드로 네투에게 뺏겼다.
개막전 출전 명단에도 스털링의 이름은 없었다. 아예 명단 제외된 것. 그러자 그는 킥오프를 앞두고 첼시의 '명확한 대답'을 기대한다며 공식 성명까지 발표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마레스카 감독은 흔들림 없이 "기술적인 결정이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론도 잡음을 일으킨 스털링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국 설 자리를 잃은 스털링은 임대로 '런던 라이벌' 아스날에 합류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사람들은 말하길 좋아한다. 그렇지? 나도 그렇다. 한마디만 하겠다. 내 최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스날로서도 나쁜 선택은 아닌 듯 보였다. 임대료도 없는 데다가 주급 50%만 부담하는 조건으로 스털링을 데려왔기 때문. 안 그래도 왼쪽 윙어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급한 대로 괜찮은 거래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스털링은 아스날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21경기 1골 2도움에 그치고 있다. 리그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마무리는 둘째 치고 돌파와 연계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며 벤치로 밀려난 스털링이다.

스털링은 최근 찾아온 기회도 잡지 못했다. 아스날은 부카요 사카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카이 하베르츠, 가브리엘 제주스가 모두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레스터 시티전 스털링을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는 최악의 부진 끝에 후반 24분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와 교체됐다. 이후 아스날은 '가짜 9번' 메리노의 멀티골 덕분에 2-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 후 '발롱도르 수상자' 마이클 오언은 "스털링은 때때로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고, 오프사이드 위치에 서 있었다. 여기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설령 50세가 되더라도 어느 타이밍에 달려야 하는지, 어떻게 수비 라인을 깰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따끔히 지적했다.
'아스날 전설' 이안 라이트도 오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스털링을 보면서 슬펐다. 그가 지금까지 해낸 일과 이룩한 것들 때문에 지금 그를 보는 건 슬픈 일"이라며 "아무리 임대생이라도 이 정도 레벨에선 해줘야 한다. 하지만 계속 이런 모습이라면 그를 보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벤트까지 스털링을 향한 비판 행렬에 참가했다. 그는 최근 '토크 스포츠'를 통해 "솔직히 스털링을 영입했을 때 정말 흥분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스날이 그를 데려온 건 꽤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황하진 않았으나 이적시장 막바지 단계였다. 스털링을 통해 무슨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벤트는 "난 스털링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털링으로 돌아갈 거라고 기대했다"라며 "하지만 이렇게까지 나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안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거보단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TBR 풋볼은 스털링이 이대로 아스날을 떠나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그는 레스터전 이후 메리노에게 밀려 벤치를 지키고 있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선 단 9분,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도 13분을 뛰는 데 그쳤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에게 완전히 신뢰를 잃은 모양새다.
매체는 "스털링은 수년간 많은 경기를 뛰어왔다. 몸이 오랜 시간 닳고 헤져서 남은 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맨시티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차지하며 훌륭한 선수였지만, 안타깝게도 최고 수준 선수로서 시간은 끝난 것 같다"라며 "스털링은 이번 임대 기간 이후 아스날에서 미래가 없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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