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다".
참으로 묘한 홈런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 구자욱(32)이 재활을 마치고 두 번째 실전에서 시원스러운 한 방을 때렸다. 2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디펜딩 챔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대타로 나서 우월 만루홈런을 터트려 8-4 역전승을 이끌었다.
1-3으로 뒤진 6회말 공격이었다. KIA 두 번째 투수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전병우 안타, 김지찬 우월 2루타, 홍현빈 볼넷이 나왔다. 박진만 감독은 대타 구자욱을 기용했다.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네일의 초구148km짜리 투심을 통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살짝 높은 볼을 벼락스윙으로 공략했다.
단숨에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구자욱은 7회말 1사 1루에서도 우전안타를 날려 멀티히티를 완성했다. 곧바로 김도환의 7회말 좌월 3점홈런까지 터져 득점까지 올렸다. 슈퍼루키 배찬승은 7회말 152km짜리 강속구를 뿌리며 KIA 세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았다.

박진만 감독이나 구자욱에게는 작년 KIA와의 한국시리즈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었던 결과였다. 팀 타선의 중심이었던 구자욱이 무릎부상을 입어 한국시리즈에 뛰지 못했다. 엔트리에는 포함됐으나 부득이하게 부상재발을 막기 위해 뛰지 않았다. 결정적 찬스에서 대타로도 나서지 못했다. 결국 시리즈 1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네일은 마구같은 스위퍼로 1차전과 4차전 호투를 펼쳐 우승을 이끌었다.
만일 구자욱이 풀가동했다면 접전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아쉬움을 곱씹으며 시리즈 패권을 넘겼다. 시즌을 마치고 치료와 재활에 들어갔고 전날 LG 트윈스와 연습경기에 첫 출전했다.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실전감각을 익혔다. 두 번째 경기에서 KIA 에이스 네일을 공략해 만루홈런을 만들어냈다. 부상 악몽을 털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개막을 맞이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다.
구자욱은 '작년 한국시리즈에 터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잊었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흘렀다. "인플레이 타구를 내려고 했다. 운좋게 중심에 맞았다.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빨리 홈런이 나와 불안했던 것을 떨쳐냈다. 오키나와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분위기 좋게 가야하는데 내가 쳐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어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임했다. 집중력 있게 타석에 들어서야 시범경기부터 정규시즌까지 갈 수 있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결과에는 큰 의미 담아두지 않는다. 공을 보는데 만족스러운 네 타석이었다"고 만족했다. 연습경기를 마친 구자욱은 다음주말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린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