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라이벌 팀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펼쳤지만, 절친한 우정은 돈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LA 다저스 김혜성의 시범경기 1호 홈런이 터지자, 그라운드에서 ‘남몰래’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줬다.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이정후와 김혜성은 이날 나란히 선발 출장해 선의의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초대형 계약을 한 이정후는 팀내 핵심 선수로 입지가 탄탄하다. 김혜성은 지난 1월초 다저스와 3년 보장 1250만 달러, 최대 3+2년 2200만 달러 계약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김혜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7푼1리(14타수 1안타)로 부진한 상황.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이정후는 1회초 1사 3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타구 속도 176km 총알처럼 빠른 2루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다. 또 3회초에는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 일찌감치 멀티 히트를 때렸다.

8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김혜성은 3회말에서야 첫 타석에 들어섰다. SF 2번째 투수 트리스탄 벡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1~2구 커브를 잘 지켜보며 2볼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3구째 87.4마일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지만, 4구째 높은 커브에 잘 참았다. 볼되자, SF 포수가 ABS 챌린지를 신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존 위로 살짝 높은 볼이었다. 5구째 원바운드 공을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김혜성은 5회말 1사 후 SF 투수 메이슨 블랙의 초구 91.6마일(147.4km) 패스트볼을 때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을 깨고, 타율 7푼1리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김혜성이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고, 다저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 전에 이미 샌프란시스코 선수로부터 축하도 받았다. SF 중견수 이정후는 김혜성의 타구가 좌측 펜스로 날아가자, 타구를 따라 좌중간으로 달려갔다.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 홈런이 되자, 이정후는 글러브로 박수를 쳤다고 한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친구 김혜성의 홈런에 기뻤을 것 같다고 하자 “그럼요. 타구를 쫓아가다 (홈런이 되자) 글러브로 박수 쳤는데, 안 보이게 이렇게 쳤다”고 손동작을 보여주면서 “혜성이가 지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첫 해 어려움도 많이 겪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고 다시 한번 홈런을 축하해줬다.
이어 “그래도 잘 해서 혜성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꿈을 펼치러 왔으니까, 아무나 주어진 기회도 아니고, 누구도 못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히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1회초 2루타를 치고서, 2루 베이스 근처에서 김혜성을 껴앉으며 인사했다. 이정후는 “혜성에게 포옹을 했는데, 혜성이가 아주 가깝게 안 오더라. 가까이 안 와서, 일단 수비 상황이라 그때는 많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5회초 2사 만루에서 이정후가 2루 주자) 투수 교체할 때는 내가 혜성의 토스 플레이로 2루에서 세이프된 상황이어서 좀 그랬는데… 그냥 자신있게 하라, 어차피 우리가 하는 거고, 자신있게 너 하던 대로 하면 돼. 쫄지 마, 그냥 자신있게 하라고 계속 얘기했던 것 같다”고 대화를 소개했다.

‘자신있게 하라’는 친구의 격려를 듣고, 5회말 곧바로 홈런이 터졌다고 얘기하자, 이정후는 “나 때문은 아니고, 혜성이가 타격 바꾸는 것도 얘기해주고, 혜성이가 계속 일찍 나와서 훈련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얻은 거지, 내가 말했다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혜성은 “첫 타석에 볼넷 나가고, 두 번째 타석에는 스윙을 하고 싶어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쳤는데, 운 좋게 나온 것 같다”며 “솔직히 홈런이 아니더라도 정타로 치는 느낌을 받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정타를 느껴서 기분은 괜찮았다”고 홈런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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