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이 특별히 기대했던, 이 남자 때문에 대만 타이난 캠프가 뜨거워지고 있다. NC 내야수 한재환(24)이 연일 장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없는 자리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NC는 1일 대만 타이난 아시아-태평양 국제야구훈련센터에서 열린 라쿠텐 몽키스와의 경기에서 6-2로 승리했다. NC는 대만 타이난에서 치러지는 연습경기에서 3연패 이후 2연승을 달렸다.
이날 선발 목지훈이 2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지만 5회말 1사 1루에서 한재환의 투런포로 동점을 만든 뒤 상대 실책 등을 묶어서 추가점을 뽑았다. 그리고 점수와 관계없이 진행된 NC의 9회말 공격에서 김성욱의 적시 2루타, 김주원의 희생플라이, 안중열의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더 뽑아내며 승리를 굳혔다.
이날 다시 한 번 한재환의 방망이를 터졌고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호준 감독도 경기 후 “한재환이 좋은 역할을 해줬다. 장타력을 보여주면서 팀에 기대하는 모습에 부응하고 있다”라고 흐뭇해 했다.

한재환의 방망이는 타이난 2차 캠프에서 연일 불을 뿜고 있다. 24일 타이강 호크스와의 연습경기 8회,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3-19의 참패 속에서 유일하게 찾은 희망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6일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솔로포, 그리고 이날 투런포 포함해 멀티히트까지. 대만 연습경기에서 타율 5할4푼5리(11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재환의 1군 경력은 일천하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로 입단한 한재환은 지난해 1군에서 처음 데뷔했다. 7경기를 뛰었고 9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다. 하지만 2군에서는 파워로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8월 30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에서 4연타석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치르면서 한재환의 장타 잠재력을 확인한 이호준 감독은 처음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면서 한재환을 타격 스페셜리스트로 키우겠다고 공헌했다. 김범준, 박시원, 송승환 등과 함께 지옥의 타격훈련을 소화했다.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이호준 감독은 한재환의 파워와 체력을 보고는 더 기대감을 품었다. 그는 “한재환은 캠프 첫 날부터 끝까지 파워가 하나도 안 떨어지더라. 타구가 멋지게 날아갔다. 비거리도 엄청나고 그렇게 많이 쳤음에도 메커니즘이 변하지 않았다. 나도 야구 하면서 처음 본 파워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이어 “타구들이 18도 정도의 발사각으로, 라인드라이브로 쭉쭉 날아간다. 정말 놀라긴 했다”라며 “2군에 있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다 뛰어넘었다. 1군에 있을 때 타격은 무조건 주전이다. 1군 선수로 갖출 수 있는 것은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경험만 쌓이면 정말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슬땀을 흘린 결과가 연습경기 내내 나오고 있다. 이미 애리조나 투손 1차 캠프의 야수 MVP였던 한재환은 올해 캠프 전체 MVP로 선정되도 무방한 활약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아직 1군에서 보여준 게 없는 선수지만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에 이호준 감독은 흡족해 하고 있다.
하지만 한재환의 주포지션은 3루수.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3루에는 김휘집, 서호철 등 기존 레귤러 멤버들이 버티고 있다. 수비력도 이들이 더 낫다. 1루에는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버티고 있다. 결국 이호준 감독은 한재환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외야 훈련까지 지시했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곧잘 따라한다는 평가다.
이대로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서 줘야 할 판국이다. 이호준 감독도 한재환의 현재 보여주고 있는 파워와 잠재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서 주고 싶을 만큼 한재환의 타격감이 뜨겁다.

이제 지금의 타격감을 한국까지 이어가야 한다. ‘호부지의 남자’에게 남은 건 1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