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숭의아레나'를 최초로 가득 메운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1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정규리그 2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을 2-0으로 꺾었다.
이로써 K리그2 역대 최다 유료 관중(18173명)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인천. 인천은 개막 2연승을 달리며 시작부터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자랑했다. 반면 또 다른 우승 후보로 꼽히던 수원은 연달은 퇴장 끝에 무너지며 고개를 떨궜다. 시즌 성적은 1승 1패가 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치열하게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인천은 전반 28분 문지환의 다이렉트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빠졌다. 문지환은 상대 발목을 밟는 위험한 반칙으로 비디오 판독 끝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반전이 일어났다. 수원이 연달아 두 명이나 퇴장당하며 오히려 인천이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것. 전반 34분 이기제가 발목을 향한 태크로 퇴장당했고, 전반 추가시간엔 권완규가 손으로 상대 스로인을 막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후반은 인천의 시간이었다. 시작부터 박경섭의 위협적인 슈팅으로 기세를 올린 인천은 후반 6분 무고사의 절묘한 헤더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무고사는 김보섭이 올려준 예리한 얼리크로스를 머리로 돌려놓으며 두 경기 연속골을 뽑아냈다. 여기에 후반 23분 김성민까지 무고사의 패스를 받아 득점하며 나란히 두 경기 연속골을 신고했다.

경기 후 윤정환 감독은 "정말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주시고 응원해주셨다.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 사실 수원과 공방전을 예상했는데 퇴장 변수가 나왔다. 양 팀 다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운이 더 따른 것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서로 유효 슈팅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후반에 우리가 수적 우위를 점하며 분위기가 넘어왔다. 또 추가 득점을 하면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도 베테랑 선수들, 외국인 선수들 모두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윤정환 감독은 "아쉬운 점도 있다. 퇴장당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 흐름을 망쳤다. 2부에서 또 하나의 변수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는지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라고 짚었다.
김도혁 대신 선발로 나선 문지환이 퇴장당하고 말았다. 윤정환 감독은 "지환이는 터프하고 많은 활동량을 지닌 선수다. 그런 부분에서 도혁이보다 낫지 않을까 판단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기용했다. 아쉬운 건 90분을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찍 나가고 말았다"라고 전했다.
경기를 마친 변성환 수원 감독은 11대11이라면 수원이 더 뛰어난 팀이라고 느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이에 대해 윤정환 감독은 "변성환 감독의 생각이니까 뭐라고 토를 달 필욘 없다. 11대11로 싸울 때도 유효 슈팅을 주진 않았던 것 같다. 아까도 말했듯 서로 공방전이 계속됐다. 축구라는 건 모르겠지만, 결과는 우리에게 왔다. 나중에 한 번 더 해보고 말씀 드리겠다"라고 답했다.

후반전 교체 투입된 바로우가 추가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윤정환 감독은 "아쉽다. 지난 경기도 그렇지만, 찬스가 왔을 때 추가골을 넣어줘야 한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또 득점을 많이 하면 할수록 팀 분위기도 더 살아난다. 누구든 기회에서 넣을 수 있는 집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경기도 오늘 경기도 두 골로 끝난 건 조금 아쉽다"라고 말했다.
퇴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윤정환 감독은 "선수 교체를 너무 일찍한 게 첫 번째 미스였다. 수원이 2명 퇴장당할지 몰랐다. 이런 경기가 거의 몇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라며 "카드가 좀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규칙이 있겠지만, 좋은 경기를 보기 위해 오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 선수들도 조심해야겠으나 더욱더 재미있는 경기가 되려면 더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무고사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윤정환 감독은 "깜짝 놀란 건 작년에 무고사를 봤을 때 수비 가담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직접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선수들을 이끌면서 먼저 수비를 하자고 요청한다. 경기장 안에서 잘 소통한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득점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무고사가 없는 상황은 상상하기 싫지만, 그런 고민도 해보곤 한다. 지금 잘해주고 있어서 너무 고맙다"라며 미소 지었다.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1분 최승구가 실수를 저질렀지만, 골라인 위에서 슈팅을 막아내며 만회했다. 윤정환 감독은 "승구가 잘못했기 때문에"라며 웃은 뒤 "동료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해서 상대에게 기회를 줬다. 실수를 했지만, 그만큼 위기를 막으려 몸을 던지고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봤다. 실수한 장면은 다음에 수정이 되기 때문에 오늘은 웃으면서 얘기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 인천은 다음 경기 성남 원정을 떠난다. 변경준 감독도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방문해 경기를 지켜봤다. 윤정환 감독은 계획을 묻자 "경기가 이제 끝났다(웃음). 난 안 가려 한다. 분석관이 비프로로 보면 더 잘 보인다고 하더라. 더 큰 화면으로 되돌려볼 수 있다고 했다. 성남전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잘 쉬고 회복해서 준비하겠다. 성남 경기를 보고 준비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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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