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경의 악수를 뿌리치고도 살아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있다. 파트리스 에브라(44)가 18년 전 이야기를 고백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28일(한국시간) "퍼거슨 경이 컵 결승전에서 맨유 선수에게 악수를 거부당한 뒤 보인 놀라운 반응이 공개됐다. 그는 자신과 악수를 하지 않기로 한 맨유 스타의 결정에 놀랐다"라고 보도했다.
퍼거슨 경은 모두가 인정하는 맨유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자 프리미어리그(PL) 역사에 남을 명장 중 한 명이다. 그는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2013년까지 무려 26년 넘게 맨유를 지휘했다.
이때가 맨유의 최전성기였다. 퍼거슨 경은 맨유를 이끌고 PL 13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 등 무려 38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998-199시즌에는 잉글랜드 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트레블 업적은 2022-2023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합류하기 전까지는 맨유가 유일했다.
퍼거슨 경은 PL에서만 810경기를 지휘했고, 528승을 거두며 올해의 감독상만 11번을 손에 넣었다. 지난 3월에는 아르센 벵거 전 아스날 감독과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콜스, 리오 퍼디난드, 박지성, 칸토나, 니키 버트 등 수많은 전설들과 영광을 함께했던 퍼거슨 경이다.

지도력뿐만 아니라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도 유명했다. 퍼거슨 경이 라커룸에서 호통 치다가 축구화를 걷어 차 베컴을 피흘리게 한 일화는 아직까지도 유명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워낙 소리를 많이 쳐서 '헤어 드라이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퍼거슨 경이 맨유 선수 중 한 명에게 악수를 거절당했다는 것. 그 주인공은 바로 박지성의 절친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에브라였다.

스포츠 바이블은 "퍼거슨은 수년 동안 선수들과 많은 싸움을 겪었으며 어떤 종류의 무례함에도 결코 친절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7년 그는 웸블리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직후 자신의 선수 한 명에게 거절당했다"라며 일화를 설명했다.
당시 맨유는 결승에서 첼시에 패했다. 첼시가 연장 혈투 끝에 디디에 드록바의 골로 승리하며 구단 통산 4번째 FA컵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그러자 에브라는 1분도 뛰지 못하고 동료들의 패배를 지켜본 끝에 퍼거슨 경이 내민 손을 외면했다.
스포츠 바이블은 "퍼거슨은 처음에 에브라에게 농담으로 뛰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시 그를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키겠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퍼거슨은 다음날 마음을 바꿨다며 에브라 대신 가브리엘 에인세를 선발로 내세웠다. 에브라는 분노했다"라고 설명했다.

에브라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경기 전날 퍼거슨 경이 내게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신문에 내가 마약상이고 갱단 일원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감독님은 내게 글레이저 가문이 나를 빼라고 해서 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돌아와서 농담이라고 했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왼쪽에서 뛸 것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날 감독님이 내가 아닌 에인세를 선발로 내세우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결승전 시작 5분 뒤 내게 몸을 풀라고 했지만, 난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화가 났다. 메달을 바닥에 던졌다. 감독님이 악수하러 오셨는데 난 악수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퍼거슨 경의 불 같은 성격을 고려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일. 하지만 그 반대였다. 에브라는 "2주 뒤 감독님이 내게 전화해 미안하다고 하셨다.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 경기가 끝난 뒤 난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 맨유에서 뛰고 싶지 않으며 무례하다고 말했다. 이게 내가 맨유를 떠나려 했던 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데뷔 시즌을 마무리한 에브라는 맨유에 남아 전설이 됐고, 박지성과도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는 맨유 통산 379경기에 출전해 PL 우승 5회와 UCL 우승 1회를 기록했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뒤엔 2014년 유벤투스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이후 마르세유와 웨스트햄을 거쳐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금까지도 퍼거슨 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맨유 관중석에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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