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지난해 수술 받았던 어깨가 전혀 문제없음을 보여줬다. 안타는 없었지만 바람에 막힌 홈런성 타구를 날리며 점점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하고 5회말 수비 때 교체됐다.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공수에서 돋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홈런성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고, 빠른 발로 멋진 슬라이딩 캐치를 했다. 10구까지 가는 집중력으로 볼넷을 얻었다. 후속타자의 2루타 때 1루에서 홈까지 폭풍 주루를 선보였다.
1회초 1사 2루에서 이정후는 시애틀 선발투수 브라이스 밀러를 상대로 1볼에서 2구째 96.9마일(155.9km) 직구를 때렸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날아갔는데, 강한 바람에 막혀 우익수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냈다.
3회 2사 1,2루에서 이정후는 우투수 에두아르 바자르도를 상대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83마일)를 지켜봤는데,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1-1 동점인 5회초, 이정후는 1사 1루에서 일본인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를 상대했다. 파울 4개를 때려내며 10구째 바깥쪽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1루에 출루한 이정후는 마토스의 중월 2루타 때 1루에서 홈까지 바람처럼 질주해 득점을 올렸다. 3경기 연속 득점.

4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블리스가 친 우중간 타구를 빠른 발로 달려가 마지막에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했던 이정후는 수술 받은 왼손을 쭉 뻗으며 잡아냈다. 심판이 아웃 판정을 내렸고, 이정후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4심이 모여서 합의판정에 들어갔고, 심판진은 아웃에서 안타로 판정을 번복했다. 밥 멜빈 감독이 나와서 잠깐 어필했으나,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경기를 마친 이정후는 4회 환상적인 호수비가 아웃에서 안타로 판정이 번복된 것에 아쉬워했다. 이정후는 “(노바운드로) 잡았다. 코치님들이 중계 영상 관계자에게 물어봐서 다시 봤는데, 확실히 잡혔다고 하더라. 바운드가 튄 거는 글러브 안에서 튄거다”라고 말하며 “어차피 시범경기니까 괜찮다. 수술하고 처음으로 슬라이딩을 한 것에 의미를 둬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캠프 시작할 때 이정후에게 ‘다이빙 금지령’을 내렸다. 멜빈 감독을 비롯해 모두 놀랐다. 이정후는 “(두 팔로 앞으로 다이빙) 이거만 하지 말라고, 항상 다리로는 다치기 전에도 계속 해왔던 거라,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못 잡을 타구여서 슬라이딩 캐치를 했다.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수비에 대해 “약간 살 떨렸다. 정말 훌륭한 플레이었다. 그것이 그가 하는 일이고, 한 가지 방법으로 플레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본능에 의해 점프하고, 본능에 의해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고 칭찬했다.


공격에선 첫 타석에서 펜스 앞에 잡힌 홈런성 타구가 아쉬웠다. 이정후는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맞바람이 아니었으면 넘어갔을 거다”고 말했다.
최고 99마일 강속구를 던지는 후지나미 상대로 10구째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골랐다. 이정후는 “빠른 공을 던지고 또 스플리터 같은 경우도 엄청 빠르게 낙폭이 크게 떨어지더라. 커트 커트 한 거는 좀 괜찮은 것 같았다. 안타가 안 나오긴 했어도 볼넷으로 출루했다”며 “첫 타석에 잘 맞은 타구도 나오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아깝게 삼진이 됐지만 변화구가 조금씩 감이 눈에 익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진은 루킹 삼진이었다. 이정후는 “좀 낮아 보였는데, 변화구가 종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횡으로 휘는 변화구였다. 마지막에 내가 좀 잘못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덜 떨어졌다. 그래도 변화구도 조금씩 계속 보이고 있고. 마지막 타석에도 변화구를 계속 커트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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