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와 3+2년 총액 2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는 김혜성. 다저스는 김혜성을 위해 기존에 주전 2루수로 평가 받은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 하며 교통정리를 했다. 미국 현지의 여러 매체에서 김혜성을 개막전 주전 2루수로 전망했다. 김혜성의 미국 도전에는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뚜껑을 열자 양상은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김혜성은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다. 5경기 출장해 12타수 1안타 2볼넷 5삼진, 타율 8푼3리에 그치고 있다. 1안타도 발로 만든 내야 안타다. 외야로 뻗어나가는 시원한 타구는 없었다.
2루수 수비력과 기동력 등은 인정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타석에서의 모습에는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듯 하다. 브랜든 고메스 단장은 “지금부터 개막전까지 변수는 너무 많다. 로스터가 어떻게 구성될지, 김혜성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그러나 그가 팀에 가져온 요소들은 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에너지와 수비는 정말 인상적이고 성실함도 돋보인다”라며 김혜성 자체의 능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고메스 단장은 “이미 정교한 컨택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이제는 좀 더 강한 타구를 만들고 변화구를 좀 더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김혜성이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수비력과 에너지 레벨은 칭찬했다. “적응력과 태도는 훌륭하다. 매우 개방적인 성격을 가졌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강점이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아직까지 의문이 남아있다면 그건 타격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스스로를 믿고 이곳에 도전하러 왔다. 팀 내 자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 결정해야 할 시점은 아니다. 하지만 타격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타격 능력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혜성을 위한 변명이라면 현재 타격 메커니즘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는 것. 불과 2~3주 밖에 되지 않았다. 적응하는데 분명 시간이 필요하다. 로버츠 감독은 “초기 관찰 결과,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상당한 조정이 있었으며, 빠른 공이나 예리한 움직임을 가진 커터, 체인지업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혜성을 향한 마이너리그 행 루머는 점점 증폭되고 있다. 주전은 커녕 이제 로스터 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혜성과 같은 유틸리티 역할인 크리스 테일러와 외야수 제임스 아웃맨과 앤디 파헤스, 그리고 초청선수인 외야수 에디 로사리오와 내야수 데이빗 보티가 김혜성의 경쟁자다.

특히 시범경기를 통해서 보티가 김혜성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카고 컵스에서 FA로 풀린 보티는 메이저리그 통산 421경기 타율 2할3푼4리(1065타수 249안타) 36홈런 156타점 OPS .71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는 37경기 출장에 그쳤다. 2019년 4월, 컵스와 5+2년 15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컵스의 기대를 받았던 선수. 하지만 연장 계약 발동 이후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방출됐다.
내외야 뎁스 강화를 위해 초청선수로 영입됐다. 터지면 대박이지만, 아니더라도 다저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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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티는 다저스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자신의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초청선수 신분으로 6경기 타율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 OPS 1.430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보티의 포지션도 달라지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출장 비중이 높았지만 28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는 9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김혜성은 이날 결장했다. 비록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지만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스럽게 김혜성에게 위협이 되는 소식이다. 보티는 메이저리그 통산 3루수와 2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1루수 유격수 외야수까지 모두 가능하지만 3루와 2루 출장 비중이 높았다. 김혜성과 포지션이 완전히 겹친다.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네이션’은 보티의 스프링캠프 맹타에 “놀랍고 믿을 수 없는 성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티는 주로 1루로 뛰었다. 이 포지션의 주전은 프레디 프리먼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는 28일 팀의 선발 2루수였다. LA가 일본 도쿄 개막전으로 떠나기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주전이 없다’라며 ‘김혜성의 2025년 포지션은 2루수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저스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혜성이 마이너리그로 갈 경우, 2루수를 맡을 가장 확실한 선수는 토미 에드먼이고 앤디 파헤스가 중견수에서 기회를 받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보티가 계속해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그는 디펜딩 챔피언의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일본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