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환상적인 호수비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점프 캐치를 하다가 펜스에 부딪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던 이정후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모두들 놀랐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2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 1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3경기 연속 득점. 이로써 이정후의 시범경기 성적은 9타수 2안타(타율 .222) 1홈런 1타점 3득점 2볼넷 3삼진이 됐다.

수비에서 이정후는 모두를 놀래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4회말 2사 1루 상황이었다. 시애틀의 라이언 블리스가 친 타구는 우중간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안타성 타구였다. 이정후는 재빨리 달려가 마지막에 슬라이딩을 하면서 잡아냈다. 타구를 잡고서 그라운드에서 한 바퀴 몸을 굴렀다.
지난해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받았음에도,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은 허슬 플레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캠프에서 이정후에게 '다이빙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정후는 타구에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어깨가 먼저 부딪히는 다이빙이 아닌 다리로 하는 슬라이딩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심판의 아웃/세이프 콜이 늦게 나오자, 이정후는 일단 내야수에게 공을 던져 중계플레이를 했다. 1루주자는 홈까지 뛰었고, 타자는 3루까지 달려갔다. 이후 1루심이 아웃콜을 선언했다.
그런데 갑자기 4심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잠시 후에 심판진은 아웃에서 안타(1타점 3루타)로 판정을 번복했다. 오심이었다. 판정 번복 이후 샌프란시스코 구단 홍보 직원은 취재지에게 이정후가 노바운드로 잡아내는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아쉬워했다.

경기 후 메이저리그 통산 1597승의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다이빙캐치 장면에 긴장하지 않았는지 묻자, 살짝 웃으며 “약간 긴장했다. 그러나 그가 캐치해냈다”고 말하며 심판의 판정 번복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멜빈 감독은 아웃에서 1타점 3루타로 번복된 후에 1루심에게 잠깐 어필을 했다. 멜빈 감독은 “세 명의 심판은 그들이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진 것을 봤다고 말했는데, 그들은 모두 틀렸다. 처음 콜을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틀렸다”고 말했다.
이어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수비에 대해 “정말 훌륭한 플레이었다. 그것이 그가 하는 일이고, 그는 한 가지 방법으로 플레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본능에 의해 점프하고, 본능에 의해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안타는 치지 못했지만 매 타석 의미있었다. 1회 1사 2루에서 이정후는 시애틀 선발투수 브라이스 밀러 상대로 1볼에서 2구째 96.9마일(155.9km) 직구를 때렸는데, 타구는 우익수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내는 큰 뜬공 타구였다. 맞바람에 막혀 펜스 앞에서 잡힌 것. 이날 강하게 부는 바람만 없었더라면 홈런이 됐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2사 1,2루에서 우완 에두아르 바자르도를 상대했다. 풀카운트에서 6구 바깥쪽 슬라이더(83마일)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변화구가 조금씩 잘 보인다. 낮을 줄 알았는데, 슬라이더가 종으로 떨어지지 않고 횡으로 떨어져 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1-1 동점인 5회초 1사 1루에서 후지나미 신타로를 상대했고, 무려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다. 최고 98.2마일의 포심, 최고 96마일의 스플리터, 84마일 커터 등을 상대하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마토스가 한가운데 펜스를 맞는 2루타를 때렸고, 이정후는 1루에서 홈까지 바람처럼 질주해 득점을 올렸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