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에서 열렸다.
이날 정몽규 후보는 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이 투표한 가운데 156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이 확정됐다.
4선에 도전한 정몽규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열린 정견발표에서 "지난 1월 8일로 예정돼 있던 선거가 오늘로 2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축구 행정 공백에 따른 안타까운 심정도 있었다"면서도 "현장에서 더 많은 축구인을 만날 수 있어 보람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도 계셨고 앞으로 바꿔야 할 부분을 조언해 주신 분도 계셨다"면서 "그동안 소통이 부족했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 당선된다면 더 낮은 자세로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누구보다 큰 책임감으로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면서 "팬들과 국민들의 자긍심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신뢰받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선거를 앞두고 정몽규 체제의 KFA는 어느 때보다 흔들렸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직후 시작된 국대 감독직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후 2024 카타르 아시안컵이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한국 축구는 미증유의 위기에 빠졌다.
3월부터 계속 정식 감독 없이 대표팀의 혼선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다시 한 번 정식 감독 선임이 지연됐다. 결국 홍명보 감독 선임이 결정됐으나 그 과정을 둘러싸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국감에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불리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KFA에 대한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각종 논란을 자초한 정몽규 회장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KFA는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재심의에서 기각 결론을 냈다.
문체부는 KFA에 중징계 조치 시한을 3일로 통보했으나, KFA가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취소 처분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시한이 연기됐다. 그리고 법원에서 문체부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선거에는 문제 없이 나올 수 있게 됐다.
법원이 정 회장에 대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을 일시 중단하면서 그의 징계 정당성 여부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KFA 정관에 따르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은 임원으로 선출될 수 없다. 문체부의 요구대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정 회장은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별 문제 없이 진행됐다.

앞서 정몽규 회장은 첫 52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허승표 후보와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당선됐다. 53대, 54대는 경쟁 후보 없이 단독 출마하면서 손쉽게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허정무와 신문선 두 대항마가 나오면서 치열헌 선거 운동이 펼쳐지게 됐다.
정몽규 회장은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축구인들을 적극적으로 방문하면서 표심을 다졌다. 심판, 경기인, 구단 관계자 등 전방위적으로 만나면서 지지세를 키웠다.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 부지런한 선거 운동의 결과가 정몽규 회장의 역대급 대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4시까지 120분 동안 진행됐다. 4시 선거 종료 이후 개표에 들어갔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192명의 선거단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체 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이 참가한 투표(무효표 1표)에서 정몽규 후보가 156명의 표를 얻어 연임을 확정했다. 신문선 후보가 11표, 허정무 후보가 15표였다.
정몽규 회장은 당선증을 받고 나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더 커다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될 것 같다. 여러분들 약속했던 공약들 하나하나 지켜가도록 하겠다. 같이 레이스를 뛰었던 허정무 회장, 신문선 위원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라면서 "그리고 기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다. 선거가 몇 번이나 지연돼서 죄송하다. 차곡차곡 하나하나 더 열심히 잘 하도록 약속드린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바로 스탠딩 인터뷰에 나선 정몽규 회장은 "처음 당선될 때는 소수의 대위원 투표를 퉁해서 당선됐다. 그 뒤로는 선거를 안 하다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여러 후보들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라면서 "그 덕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축구인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소망을 이뤄주겠다"라고 당선 소감에 대해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 선거 내내 지역 축구 단체와 축구인들을 방문하면서 지지 기반을 다졌다. 그는 "경기인과 심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만나게 됐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전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의 반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고쳐나가겠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단 정몽규 회장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갈등이 선재한 상황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부의 인준이나 징계 등에 다한 법률 다툼은 천천히 알아가겠다"라고 말을 아끼면서 "많은 축구 팬들의 비판적인 시간은 결국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의사 소통 과정이나 이런 것들은 잘 말씀드리면 오해를 풀어나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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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축구회관=김성락 기자 ksj@osen.co.kr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