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거지? 그런 표정?” 사사키 11번 내준 로하스, 심드렁하게 술병 땄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2.26 08: 20

기념으로 보관한다던 사사키 선물, 36세 생일 맞아 개봉
생일을 맞아 선물 받은 일본술을 딴 로하스. 미겔 로하스 SNS
[OSEN=백종인 객원기자] 한국시간으로 25일이다. 애리조나의 어느 단독주택 뒤뜰이다. 상 위에 조촐한 술상이 펼쳐졌다. 일본술(사케) 2병와 예쁜 잔이 2개가 보인다.
영상 속 인물은 편한 복장이다. 야구 모자에, 소매 없는 셔츠 차림이다. 병을 따더니 시크하게 한 잔 따른다. 굳이 빨간색은 제쳐 두고, 파란색 잔을 택한다. 회사 생활 잘하는 타입인 것 같다.
절반쯤 채우더니, 단숨에 홀짝 들이켠다. “와우”. 미국식 리액션이 발사된다. 20초 남짓한 짤막한 동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SNS 게시물의 주인은 내야수 미겔 로하스(LA 다저스)다. 자신의 36번째 생일을 캠프지에서 맞았다. 기념해서 술 한 병을 딴 것 같다. 얼마 전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3)에게 받은 선물이다. 백넘버 11번을 양보해 준 마음에 대한 감사함을 전한 것이다.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은 다채롭다. ‘훈훈하다’ ‘멋지다’ 같은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탐탁치 않은 눈길도 꽤 있다. ‘너무 덤덤한 것 아니냐’ ‘표정이 내내 애매하다’ ‘심드렁해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이겠지?’ 등의 댓글이 줄지어 달린다.
그러면서 선물에 대한 품평이 열린다. 몇몇 네티즌은 화려한 검색 능력을 발휘한다. 저 술이 꽤 고급이다. 잔도 유명한 장인의 손길을 거친 작품이다. 그러면서 각자의 추정치를 내놓는다. 종합하면 대략 100만 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선물 전달식(?)을 하는 사사키와 로하스. LA 다저스 SNS
물론 속된 마음이다. 주고받은 사람의 심정 따위는 전혀 헤아리지 않는다. 감사함을 어찌 돈으로 따질 수 있겠나.
애초부터 로하스는 손을 저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로키에게 몇 번이나 뜻을 전했다. 그냥 팀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이기고 싶었다. 날 위해 할 일은 좋은 동료가 되고, 더 나은 팀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남겼다. “우리 집에 작은 바가 있다. 그곳에는 좋은 기억이 담긴 것도 진열돼 있다. 2014년 클레이튼(커쇼)이 노히트노런을 하고 선물한 술도 아직 보관 중이다. 이것도 거기에 둬야겠다.”
그런데 2주도 안돼 병을 딴 것이다. 이것 역시 다양한 해석이 뒤따른다. ‘그래도 생일을 맞아 기념해서 마셨으니 의미가 남다르다’, ‘SNS에 동영상까지 올렸다. 준 사람에 대한 격식을 갖췄다’ 등의 의견이다.
전문적인 견해도 있다. ‘일본술은 보관 방법이 까다롭다. 제 맛을 즐기려면 너무 오래 놔두지 않는 것이 좋다’ 같은 긍정적인 내용이다.
반면 여기서도 까칠한 반응이 엿보인다. ‘기념으로 보관한다더니….’ 하는 것이 묘한 추측을 낳게 한다. 즉, 뭔가 못마땅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짐작이다.
후안 소토가 베이티에게 선물한 SUV. 뉴욕포스트 SNS
하긴 그렇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세상은 간단치 않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이다.
게다가 비교 대상이 워낙 선명하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례가 등장한다. 뉴욕 메츠의 후안 소토가 보여준 ‘모범 사례’다.
그 역시 새 팀으로 가면서 22번을 받았다. 증여자는 내야수 브렛 베이티다. 대가가 놀랍다. 주차장에는 검은색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1대가 준비됐다. 그걸 전달하는 장면이 화려하게 미디어를 장식했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사사키의 바로 곁에도 있다. 일본인 선배 오타니 쇼헤이다. 지난해 다저스로 옮기며 17번이 양도됐다. 며칠 뒤, 번호 전 주인(조 켈리)의 아내에게는 고급 스포츠 카 1대가 배송됐다.
물론 소토나 오타니의 계약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1억 원을 넘는 선물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반면 사사키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금액도 제한됐다.
아무리 그래도 씀씀이라는 게 있다. 다저스의 계약금만 650만 달러(약 95억 원)나 된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는 못 해줘도, 사케 세트는 너무 조촐했다’는 수군거림이 영 이상한 것도 아니다.
사사키가 선물한 일본술 세트. LA 다저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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