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알고 있던, 기대했던 젠지의 경기력이 절대 아니었다. 나사 빠진 플레이로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단 하나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쵸비’ 정지훈이었다. 정지훈의 슈퍼 캐리에 힘입어 젠지가 ‘다크호스’ 농심에 가까스로 진땀승을 거두고 디플러스 기아가 기다리는 패자 결승전에 진출했다.
젠지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컵 플레이오프 3라운드 패자조 농심과 경기에서 2-0 상황에서 자칫 역스윕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쵸비’ 정지훈이 특급 캐리로 벼랑 끝에서 살아남으며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젠지는 이틀 뒤인 오는 22일 디플러스 기아와 결승의 남 한 자리를 다투게 됐다. 패배한 농심은 아쉽지만 정규시즌을 기약하며 LCK컵에서 퇴장했다.
초반 출발은 젠지가 좋았다. 패하면 LCK컵을 탈락하는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1세트 밴픽부터 치열했다. 코인토스에서 승리한 농심이 ‘기인’ 김기인과 ‘룰러’ 박재혁을 겨낭한 밴을 소화하면서 상체를 빠르게 완성했다. 젠지 역시 생존기와 포킹이 가능한 이즈리얼과 니달리로 가지고 왔고, 갈리오를 픽 1페이즈에서 선택했다. 이를 지켜본 농심이 암베사와 카밀을 끊어내자 젠지는 레오나에 이어 미드 세트라는 히든 카드를 꺼냈다.

농심이 초중반을 잘 풀어가면서 우위를 점했지만, ‘쵸비’ 정지훈의 미드 세트가 든든한 탱커가 되주면서 1세트부터 기분 좋게 뒤집기 쇼로 선취점을 챙겼다.
하지만 젠지의 초중반 불안함이 2세트에서도 게속됐다. 쌍둥이 포탑이 날아가고 넥서스를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면서 2세트를 승리했다.
매치 포인트를 찍었지만, 젠지의 불안한 경기력은 결국 농심에게 동점을 허용하는 뼈아픈 상황을 야기시켰다. 농심은 3세트 탑 애니비아, 4세트 노 탱커 조합을 꺼내든 젠지에게 호된 반격을 성공시키면서 이번 대회 네 번째 ‘실버스크랩스’를 울리게 했다.
마지막 5세트. 젠지는 이번에도 초반 구도 싸움에서 밀리면서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상대에게 3데스를 내주면서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까지 나오고 말았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때 ‘쵸비’ 정지훈이 다시 캐리를 하면서 팔을 걷어올렸다.
아타칸까지 내준 위기의 순간, 아지르의 특급 캐리에 발맞춰 기복에 시달리던 ‘룰러’ 박재혁이 제리로 쌍포 역할을 수행하면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본진 앞까지 밀고 들어온 상대를 밀어내면서 골드를 챙긴 젠지는 이를 기점으로 바론 버프까지 확보하면서 역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제리가 성장한 이후에는 아지르와 함께 농심 챔프들을 무차별 쓰러뜨리면서 진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