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테스트 해야 할 좌완 투수들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롯데는 20일을 마지막으로 대만 타이난 1차 스프링캠프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8월, 고질적인 통증을 없애기 위해 우측 어깨 견관절 수술을 받은 투수 최준용이 막바지 재활 과정에서 팔꿈치 통증이 발생해 조기 귀국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1차 캠프를 마치고 실전 연습 경기 위주로 펼쳐질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로 이동한다.
부상 선수 제외하고도 캠프 명단의 변화가 있다. 롯데는 베테랑 좌완 진해수(39)와 올해 신인드래프트 4라운더 포수 박재엽(19)이 1군 캠프 명단에서 빠진다. 박재엽의 경우 당장 1군 캠프보다는 2군 캠프에서 훈련을 하고 실전 감각을 쌓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1차 캠프에 참가한 포수는 무려 5명.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유강남에 정보근, 백두산, 박건우, 박재엽까지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2차 캠프는 1군 정규시즌을 위한 막바지 조율 과정이자 테스트 시기다. 연습보다는 경기가 우선이다. 잠재력을 확인했지만 아직 유망주에 불과한 박재엽이 경기를 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1군 캠프와 같은 타이난에서 열리는 2군 캠프에 합류해 2군 연습경기에 참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당장 1군 전력으로 평가 받는 베테랑 좌완 투수 진해수의 2차 미야자키 캠프 불발은 다소 의외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된 이후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를 거쳐서 지난해 롯데에 합류한 진해수는 통산 842경기 25승 31패 2세이브 157홀드 평균자책점 5.02의 성적을 기록했다. 프로 21년차의 베테랑 투수다.
2023시즌이 끝나고 LG에서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된 진해수였지만 좌완 불펜이 필요했던 롯데가 2025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양도하면서 데려왔다. 진해수도 고향팀에서 커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해 보려고 했다. 여전히 좌완 스페셜리스트로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롯데는 이런 투수가 필요했다.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진해수의 성적은 54경기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6.18.
지난해에도 진해수는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5월에 들어서야 1군에 콜업됐다. 6월까지는 19경기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2.38(11⅓이닝 3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7월 이후에는 35경기 1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8.82(16⅓인징 16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원포인트로 자주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결과가 점점 나빠졌다.
지난해의 경우 진해수 외에 임준섭(방출) 정도가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좌완 투수의 전부였다. 진해수가 당시 1군에서 제외된 이유는 구위적인 부분이 컸다. 올해는 이유가 다르다.

진해수 외에 김태형 감독이 확인해보고 싶은 좌완 투수들이 많기 때문.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1군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정현수(24)와 송재영(23)이 대표적이다. 정현수와 송재영 모두 지난해보다 경험을 쌓으면서 올해 제대로 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신인 1라운더 좌완 김태현(20)도 코칭스태프의 호평 속에서 미야자키 캠프를 준비 중이다. 타이난 캠프에서는 약간의 햄스트링 통증으로 3차례 연습경기 모두 나서지 못했지만 지난 19일 라이브 피칭을 하면서 실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일단 김태형 감독과 주형광 투수코치 모두 선발감으로 보고 있지만, 미야자키 실전 연습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인해 보려고 한다.
주형광 코치는 “당장 1군에 들어와서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2군에서 충분히 다지면서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달리 매일 경기를 하기 때문에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일단 미야자키 캠프에서는 1이닝부터 시작해 볼 것이다. 만약 좋으면 안 쓸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감독도 “왼손이 145km를 던지는데, 말할 게 없다”라고 호평을 내린 바 있고 미야자키 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진해수를 빼고도 롯데가 확인해 볼 좌완 투수가 많아졌다. 이미 선발진에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와 터커 데이비슨, 그리고 김진욱 등 3명이 준비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불펜 자원도 3명의 좌완들이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1군에서는 검증이 끝난 진해수보다는 젊은 좌완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켜 보려는 코칭스태프의 복안이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언젠가 진해수가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만약 좌완 영건들이 힘겨워한다면 진해수는 얼마든지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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