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내 욕, 너무 고통스러웠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족들이 고인의 생전 일기장을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일기장에는 직장에서 선배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글들이 담겨 있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뉴스’는 지난 18일 방송에서 고 오요안나의 유족이 제공한 일기장을 공개했다. 고인은 일기장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괴로웠던 마음을 담았다.
채널A ‘뉴스’를 통해 공개된 고 오요안나의 일기는 2023년 2월에 쓰여진 것이었다. 해당 일기에는 “선배들이 내 잘못을 샅샅이 모아 윗선에 제출했고, 카톡방에서 쉴 새 없이 날 욕했다”, “당신들이 나를 아니라고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배우거나 연습하기보단 회피하며 술이나 마셨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일기를 통해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또 채널A ‘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 오요안나는 일기를 쓰기 이틀 전 재계약 논의를 하러 MBC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선배들과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 오요안나는 MBC 관계자와의 만남에서 “제가 너무너무 큰 실례를 저질렀는데 제대로 사과드리지 않아서 계속 사과를 하는 도중에 뭔가 마찰이 많았다”, “제가 뭔가 나쁘게 생각될 만한 짓을 했는데 이제 겸손하지 못하게 해서 뭔가 더 화나시고 더 그런 상태이긴 하다”, “제가 표현도 되게 서툴고 뭔가 빠릿빠릿하게 연락을 한다든가 아니면은 살갑게 한다든가 이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고인과 만난 MBC 관계자는 “선후배 간에 우리 기자들도 항상 좋은 얼굴만 볼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근데 그러면 이제 내부적으로 선후배 관계는 잘 푸시면 되는 거고”라고 말하며 내부적으로 문제를 잘 해결하라는 입장이었다. 유족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고 오요안나가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 MBC 관계자 4명과는 다른 인물이다.

지난 해 9월 갑작스럽게 사망 소식이 전해졌던 고 오요안나는 지난 달 휴대전화에서 생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으나 무시당했고, 유족들은 진실을 원한다면서 가해자들의 사과와 MBC의 진심 어린 사과 방송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MBC 측은 고 오요안나의 사망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가능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가운데 고 오요안나를 괴롭혔다고 가해 의혹을 받는 선배 기상캐스터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기도 했다. /seon@osen.co.kr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