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오타니 쇼헤이(30)가 또 CM을 찍었다. 새로운 제품의 광고 모델, 혹은 브랜드 앰배서더가 된 것이다.
벌써 20번 째다. 해도 너무한다 싶다. 업계를 싹쓸이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새로울 일도 없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오히려 반문이 생긴다. 저렇게 많이 해도 괜찮은가. 그런 의문이다. 소비자도 헷갈릴 것 같다는 걱정이다.
그런데 이번 기업은 좀 다르다. 여성 속옷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다. ‘와코루(WACOAL)’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곳이다.
그런 곳이 도대체 왜? 하는 의문이 생긴다. 회사 쪽 설명은 이렇다.
“와코루는 작년부터 새로운 경영 전략 프레임을 구상 중이다. 추구하는 방향성은 ’여성미의 와코루’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와코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와중에 ‘VISION 2030’이나 ‘Empowering WACOAL’ 같은 캠페인 슬로건도 등장한다. 어렵고, 복잡한 말이다. 하지만 결국 뜻은 간단하다. 남성용품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23년부터 움직임이 있었다. 스즈키 이치로가 브랜드 앰배서더로 등장한다. 올 2월 초에도 도쿄에서 신제품 쇼케이스가 열렸다. 스포츠 웨어를 홍보하는 행사였다.
여기에 이치로가 직접 등장했다. 자신을 꼭 닮은 마네킹과 함께 포즈를 취해 화제가 됐다.
이 자리에서 이치로는 엉뚱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와코루에 클레임 할 게 있다. 집사람이 20년째 똑같은 (속)옷을 입고 있다. 세탁기 돌리고, 건조기에 말려서 계속 입는다. 이건 너무하다. 2~3년 정도로 충분하다. 그런 제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고단수 드립이다.

아무튼.
와코루가 오타니를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사회가 고도로 다양해지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각자의 가치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세대나 국경을 초월해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는 인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 있게 개성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가장 적합한 존재다.”
설명에는 없다. 그러나 이도류라는 캐릭터도 중요한 요소였을 것 같다. 여성용품 전문 기업에서, 남성용으로 영역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 필요한 이미지다.
이번 광고의 메이킹 필름 장면도 SNS를 통해 공개됐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다. 어색하고, 천진한 표정의 NG 컷도 담겼다.
한 매체는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생 같은 앳된 모습이 여전하다.’ 나이가 꽉 찬 서른이다. 조금 있으면 아이 아빠가 된다. 오글거리기 짝이 없는 표현으로 제목을 뽑았다.

이로써 오타니의 광고는 20개를 채웠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차다.
포르셰(자동차), 일본항공, 미쓰비시 UFJ 은행, 세이코(시계), 뉴발란스(신발), 코나미(게임), 웰나(식품), 이토엔(음료), ECC(어학원), 랩소도(스포츠 기기), 바이토루(구직 앱), Topps(베이스볼 카드), 던롭(스포츠), KOSE(화장품), 니시카와(침구류), 반테린(제약), 휴고 보스(의류), 오클리(선글라스). 등등이다.
얼마 전에는 오디오 브랜드 Beats의 광고 영상이 화제였다. 공동 주연이 무려 르브론 제임스(NBA)와 리오넬 메시(MLS)였다. 그 자체로 놀라울 따름이다.
오타니의 광고료는 공개된 적이 없다. 추정치만 존재할 뿐이다.
한 일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본래도 최고 수준의 대우였다. 그런데 2023년 WBC 우승을 기점으로 몇 배로 뛰었다. 1년에 1억 5000만 엔(약 14억 3000만 원)이던 것이, 5억 엔(약 47억 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일본 내 연예인은 비교 상대가 아니다. 톱클래스 모델과 견줘도 5~6배가 이상의 차이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광고주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형국이다.
미국 미디어 스포티코는 최근 2024년 스포츠 선수의 연간 수입을 서열로 매겼다. 오타니는 전체 21위에 불과하다. 후불제 연봉 탓에 200만 달러만 잡혔다.
배보다 훨씬 배꼽(부수입 추정액)이 7000만 달러(약 1010억 원)나 된다. 이를 대부분을 광고료라고 보면, 일본 매체의 보도 내용과 얼추 비슷한 단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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