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전 굴욕적 패배의 뒤끝? 일본 대표팀 28명 전원 교체 ‘초강수’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5.02.15 08: 2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사무라이 재팬’으로 불리는 일본 야구 대표팀이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28명의 기존 멤버를 한 명도 안 남기고, 모두 바꿔버린 것이다.
이바타 히로카즈(49) 감독은 14일 도쿄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투수 12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구성됐다. 내년 WBC를 겨냥한 선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기존 멤버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불과 3개월 전에 열린 프리미어12에 참가한 선수들이다. 28명 중 생존자는 없다. 전원이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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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프리미어12는 일본의 악몽이다. 예선과 결선까지는 승승장구했다. 국제대회 27연승이라는 신바람을 내며 파죽지세를 달렸다. 한국도 3-6으로 패했다.
그런데 정작 결승에서 무너졌다. 대만과의 도쿄돔 경기에서 0-4으로 셧아웃 당했다. 2019년(프리미어12 미국전) 이후 무패 행진이 끝난 것이다. (성인 레벨에서) 대만에 진 것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준결승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 구성은 이런 결과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본 매체들은 ‘대쇄신’, ‘의외’, ‘전격’, ‘깜짝’ 같은 수식어를 동원해 이 소식을 전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평온한 표정이다. 이바타 감독은 “어차피 프리미어12 때 선수들의 실력은 모두 잘 파악하고 있다. 이번 가을에도 다시 (대표팀을) 구성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넘어갔다.
그러면서 새로운 전력을 찾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혹은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번에 선발된 28명 중 20명이 새 얼굴이다. 아직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신인들도 포함됐다. ‘신생(新生)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대만이 프리미어12 우승 후 시상식을 갖고 있다. WBSC 홈페이지
일본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내년에 열릴 WBC다.
그런데도 1년 앞선 이 시기에 팀을 꾸린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벤트 경기 때문이다. 3월 5일과 6일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열리는 ‘사무라이 재팬 시리즈’에 뛸 선수들이다. 이를 테면 ‘대표팀 평가전’이다. 올해는 팀 네덜란드를 초청했다.
이 시리즈는 2014년에 시작됐다. 10년 넘도록 매해 2~6게임씩 치렀다. 스파링이라는 인상은 있지만, 이렇게 전격적인 팀 구성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어쨌든 주요 멤버의 골격은 유지했다.
이날 기자회견 때도 3개월 전 대만전에 대한 복기가 이뤄졌다.
이바타 감독은 “단기전 큰 승부에서는 역시 장타가 중요하다. 2023년 WBC 준결승과 결승 때는 요시다 마사타카(레드삭스), 오카모토 가즈마(요미우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의 중요한 일타가 나와 이길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작년 프리미어 결승에서는 대만에게 큰 것 2방을 허용하며 패하고 말았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4번 타자를 누구에게 맡기냐 하는 것이 열쇠다.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네덜란드 전 선발 2명도 공개했다. 첫 경기(5일)에는 오릭스 버팔로즈의 좌완 미야기 히로야가 나선다. 2023년 WBC 우승 멤버인데, 다시 발탁됐다. 이튿날(6일)에는 지바 롯데 마린즈의 다네이치 아쓰키가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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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타 감독이 부임한 것은 2023년이다. 그해 WBC가 끝나고, 구리야마 히데키(현재 니폰햄 화이터즈 CBO)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런데 당시부터 의구심을 가진 시선들이 있었다. 지도자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선수시절에는 주니치의 탄탄한 유격수였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요미우리의 1군 수비코치로 2년을 보낸 게 전부다.
이후는 주로 대표팀 경력이다. 수비/주루코치, 전략 담당 등 스태프로 일했다. 감독은 U-12, U-15 팀을 맡은 정도다.
프리미어 대회 패배 때 이런 비판론이 다시 커졌다.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탓이다. 투수교체 타이밍이 너무 늦고, 타순 조정에도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또 번트에 의존하는 경기 운영이 답답하다는 여론도 상당했다.
어쨌든 그의 계약 기간은 3년이다. 내년 WBC 때까지 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코치 2명도 보강했다. 노미 아쓰시(전 한신)가 투수를 담당하고, 마쓰다 노부히로(전 소프트뱅크)가 야수 종합으로 임명됐다.
이바타 감독은 어제(14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일본인 선수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아무튼 중요한 역할은 그들이 해줄 것이다. 컨디션을 잘 살피고, 팀 합류에 대한 공감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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