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파크 142구역. 2025년 주말 경기마다 이정후를 위한 함성으로 가득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에서 진가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부상으로 낙마한 이정후 기살리기와 부활에 진심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올해 홈 경기 주말마다 홈구장 오라클파크의 142구역을 ‘정후 크루(Jung Hoo Crew)’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정후의 포지션인 중견수 뒷쪽의 관중석을 이정후를 위한 특별 응원 구역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일종의 응원존이다. 142구역의 티켓을 구매한 관중들에게는 기념 티셔츠까지 증정한다.

2023년이 끝나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1630억원)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역대 최고 몸값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계약 당시 기준으로는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은 구단 역사상 5번째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었다.그만큼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진가를 발휘할 기회는 부족했다. 지난해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 수비 도중, 타구를 쫓아가다가 펜스에 부딪히면서 왼쪽 어깨 탈구 부상을 당했다. 이후 어깨 관절 와순 손상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이 됐다. 37경기 만에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도전이 마무리 됐다. 최종 성적은 타율 2할6푼2리(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 .641.
8개월 가량 재활을 마친 이정후는 이제 메이저리그 데뷔 2년차 시즌을 준비한다.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정상적으로 참가하고 시범경기 출장도 문제 없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라며 다시 한 번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14일 ‘MLB.com’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은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부터 이정후가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대팀과 두 번째 대결부터 투구 스타일을 이해한 그의 모습을 보고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부상으로 빠진 뒤) 이정후를 우리는 정말 그리워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실적이 많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아직 젊은 선수이고, 올해 다시 돌아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정말 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단 역시도 특별 응원존을 설치해서 부상 복귀 이후 이정후가 주눅들지 않도록 준비했다. 그만큼 이정후의 부활과 성공에 진심이다. ‘디애슬레틱’에 의하면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받은 사랑에 매우 감사하다. 저는 외야와 타석에서 뛰는 선수지만 팬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여기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팀과 팬들에게 제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에 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부상 시즌 아웃에도 이정후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오라클파크에서 볼 수 있었던 사실을 듣고 “팬들에게 제 유니폼 산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팬들을 위해 최선 다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멜빈 감독은 올 시즌 이정후를 리드오프가 아닌 3번 타자 기용을 시사했다. 지난해는 리드오프에서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고 올해는 3번 타순에 배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 멜빈 감독은 “라몬테 웨이드가 1번을 치면 누군가 3번을 쳐야 한다. 윌리 아다메스는 2번이 잘 어울리고, 맷 채프먼도 4번이 잘 맞다. 엘리엇 라모스가 그 뒤를 따를 것이다”며 “우리는 이정후를 3번 타자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3번 타순 배치에 순응하고 그에 맞춰서 준비하려고 한다. 그는 “어느 타순이든 상관없다. 8~9번 타순도 괜찮다. 멜빈 감독이 나를 선발로 기용한다면 어느 자리든 경기에 나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겠다”며 “한국에서도 3번 타순에 섰기 때문에 익숙하다. 자신 있는 타순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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