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훼손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던 KBS가 TV수신료 부족과 52시간제 등 열악한 제작 여건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3일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KBS 시청자위원회 1월 회의록에서는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병산서원에 못질을 해 문화유산을 훼손했다는 부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김영조 KBS드라마 센터장은 회의에서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 저희가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헀다.
김영조 센터장은 “1월 2일에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고 했는데 저희 팀에서는 나름 빨리 사태를 파악해야 되는데 그 상황에서 소품팀이 무서워서 그런지 정확한 답변을 한다고 했지만 저희가 그게 사실인지도 확인을 해야 되고 그날 저희들도 굉장한 혼란이 있었다. 실제로 거짓말을 했고 그래서 그걸 확인하고 다음날 또 정정하고 그런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늦어진 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병산서원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경운인데 드라마 제작 현장이 너무나 바쁘고 제작비도 별로 없고, 주 52시간제로 인해서 너무나 빨리 진행되어야 되는 상황들, 그래서 사실은 드라마의 제작 과정은 정말로 많은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 센터장은 “수신료가 없어서, 별로 안 들어와서 그런지 조연출도 없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 드라마에도 조연출이 없고 현장에 KBS 직원은 1명 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에 대해 대처할만한 KBS 직원이 없고, 거기다가 프리랜서들이니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의식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조 센터장은 “가이드라인에 외주 스태프들에 대해서 충분히 교육을 시키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그래도 KBS도 너무나 지금 사실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병산서원 못질 논란은 지난달 2일 민서홍 건축가가 자신의 SNS에 “병산서원 목격담을 기록한다”면서 KBS 드라마 촬영 준비 과정에서 병산서원을 훼손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KBS 측은 해당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지난 연말 안동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하고 소품을 달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후 안동시는 KBS를 문화유산 훼손으로 고발했고, 병산서원을 배경으로 한 모든 영상을 전량 폐기 요청했다. KBS는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찍은 병산서원 촬영분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으며, 경북안동경찰서는 지난 7일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 중 소품팀 소속 3명을 문화재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