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이 쏟아지는 비판의 집중 타깃이 됐다.
토트넘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FA컵 4라운드(32강)에서 아스톤 빌라에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순식간에 두 개의 컵대회에서 탈락한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 7일 열린 카라바오컵(EFL컵) 준결승 2차전에서도 리버풀에 0-4로 대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도, 안필드 원정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빌라가 경기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모건 로저스가 중원에서 압박을 벗겨내고 왼쪽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공을 받은 제이콥 램지는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이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23분 역습 기회에서 마이키 무어가 우측 공간으로 질주한 뒤 반대편으로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이를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정면으로 향하면서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골대가 빌라의 추가골을 가로막았다. 전반 28분 레온 베일리가 성큼성큼 전진한 뒤 왼발 슈팅을 날렸고, 안토닌 킨스키가 막아냈다. 흘러나온 공을 램지가 다시 슈팅했으나 골포스트를 때렸다. 전반은 빌라가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후반에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계속해서 뒷공간을 노출하며 위기를 맞았다. 후반 12분에도 램지에게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내줬지만, 킨스키의 선방으로 겨우 추가 실점을 피했다.
고전하던 토트넘은 또 실점하며 두 골 차로 끌려갔다. 후반 20분 도니얼 말런이 박스 오른쪽에서 골문 쪽으로 강하게 패스했고, 토트넘 수비가 멀리 걷어내지 못했다. 흘러나온 공을 로저스가 손쉽게 밀어 넣으며 2-0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이후 공세를 펼쳐봤지만, 후반 32분 케빈 단소의 골문 앞 슈팅이 옆으로 빗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추가시간 만회골이 나왔다. '임대생' 마티스 텔이 데얀 쿨루셉스키의 얼리 크로스를 받아 득점하며 2-1로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은 더 이상 득점하지 못하며 FA컵에서 탈락했다.
경기 후 패배의 책임이 대부분 손흥민에게 향하는 분위기다. 이날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아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오히려 빅찬스미스 1회를 기록하며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손흥민은 전반 23분 마르티네스를 뚫어내지 못하며 이날 가장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또한 그는 후반 5분에도 쿨루셉스키의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받아 득점 기회를 잡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슈팅이 라마어 보하르더의 끈질긴 태클에 막히고 말았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손흥민은 90분을 뛴 선수 중 가장 적은 볼터치(23회)를 기록했고, 기회 창출 1회, 패스 성공 8회(8/9), 막힌 슈팅 2회, 유효 슈팅 1회, 크로스 성공 0회에 그쳤다. 평점도 5.9점으로 킨스키(5.6점) 다음으로 낮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의 빅찬스미스를 언급했다. 그는 'BBC'를 통해 "분명히 실망스럽다. 우리는 나아가지 못했다. 좋은 출발은 아니었고,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우리는 지배력을 확보하려고 정말 고전했다. 그리고 0-1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기회를 잡았지만,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토트넘 팬들도 손흥민의 부진을 꼬집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토트넘 뉴스'는 "주장 손흥민은 빌라 파크에서 열린 또 다른 경기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전반전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고, 이후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 캡틴의 활약은 절대 아니다"라며 평점 4점을 부여했다.
'투 더 레인 앤 백' 역시 "손흥민은 90분 풀타임을 모두 소화하고도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에게 보통 기대되는 수준의 플레이가 아니었다. 아마도 올 시즌 지금까지 토트넘에서 가장 중요한 골을 놓쳤을지도 모른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스퍼스 웹'은 손흥민에게 로드리고 벤탄쿠르(1점) 다음으로 낮은 평점 1.5점을 줬다. 한 골 차 패배에선 웬만해선 보기 힘든 평가다.
매체는 "손흥민은 무어가 떠먹여준 황금 같은 동점골 기회를 놓쳤고, 남은 경기 동안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그는 사실상 두 번째 기회를 허용하지 않은 빌라 수비진에 의해 사라졌다. 드리블은 헛된 일이었고, 열망은 존재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한때 황금빛으로 빛났던 명성을 더럽히고 있고, 그의 몰락은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그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라며 손흥민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슬퍼했다.


최근 토트넘이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손흥민이다. 토트넘 출신 제이미 레드냅은 지난 리버풀전 대패 이후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게 걸어야 할 길이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손흥민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레드냅은 "손흥민, 난 그가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팀을 이끄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팀이 고전할 때 그가 해주는 게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왓포드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트로이 디니도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라고 거들었다.
빌라전 패배 이후 비슷한 이야기가 되풀이됐다. '풋볼 런던'은 "전반 무어의 패스를 받아 무방비 상태의 마르티네스를 향해 슈팅했다. 후반 초반 또 다른 슈팅은 수비에 막혔다. 토트넘은 중요한 순간 주장 손흥민의 결정적 활약이 필요했지만, 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그에게 팀 내 최저 평점인 4점을 줬다.
'익스프레스' 또한 "토트넘은 주장으로부터 더 많은 걸 필요로 한다. 손흥민은 감독 덕분에 무임승차하는 것 같다. 10대 무어는 전반전 비난받았고, 후반전엔 헌신적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포스테코글루에게 공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손흥민도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며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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