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외야→내외야 동시 준비…KT에 이정후 닮은꼴 타자 떴다, 슈퍼 멀티 될 수 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2.03 19: 45

“힘들지만 저한테 기회라는 생각으로…”
프로야구 KT 위즈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호주 질롱 베이스볼센터. 더운 날씨와 그라운드 4개 면이 잘 갖춰진 훈련장 환경 속에서 예년보다 훈련량이 늘어나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다. 베테랑 선수들은 그래도 조절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숨 돌릴 틈이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바쁜 선수는 5년차 유망주 유준규(23). 지난해까지 공식 포지션은 내야수였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 올 때는 외야수로 바꿔서 왔다. 스프링캠프 짐을 꾸리면서 내야수 글러브 대신 외야수 글러브만 2개를 챙겨왔다. 

KT 유준규. /waw@osen.co.kr

그런데 캠프에 와서 시시사각 상황이 바뀌었다. 외야로 시작했지만 내야로 다시 들어왔다. 박경수 퀄리티컨트롤 코치이 가져온 내야수 글러브 빌려 원래 포지션에서 연습하더니 이제는 내야, 외야 모두 커버하는 유틸리티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유준규에 대해 “군산상고 출신인데 방망이를 잘 친다. 타격이 괜찮아서 쓰고 싶은데 수비가 무넺다. 지금은 내야, 외야 모두 준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타격에 소질 있는 선수이고, 한 타석이라도 더 세우기 위해선 여러 포지션을 커버할수록 유리하다. 스스로도 내야, 외야를 가리지 않는 유틸리티에 의지를 보였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21년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KT에 입단한 우투좌타 유준규는 2022년 1군에서 7경기 타율 2할1푼4리(14타수 3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그해 5월19일 수원 LG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치고 난 뒤 1루에서 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의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후 입스에 걸리면서 내야 수비 불안을 드러냈고, 2022년 8월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지난해 2월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다시 뛰었고, 1군에는 올라오지 못했지만 외야수로 나서며 새로운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KT 유준규. 2022.05.19 / soul1014@osen.co.kr
호주 캠프에서 만난 유준규는 “내야는 원래 했던 포지션이라 할 만하고, 외야도 저한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야, 외야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어디를 가든 1군에서 뛸 수 있다면 좋다”고 멀티 포지션을 반겼다. 
이어 그는 “캠프에 올 때는 외야수 글러브만 챙겨왔다. 내야에 미련은 있었지만 다시 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박경수 코치님 글러브로 내야 연습을 하고 있다. 오전에 내야, 오후에 외야를 하느라 다른 선수들보다 훈련량이 많고 힘들지만 전 아직 어리다. 간절하기도 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더욱 힘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타자 유준규는 언뜻 보면 메이저리거 이정후(샌프란시스코)의 타격폼과 비슷하다. 준비 동작에서 잠깐 멈췄다 타이밍 잡는 모습이 닮았다. 그는 “이정후 선배님처럼 (공을 앞에다) 끌어다놓고 치는 폼이다. 워낙 잘 치시는 선배님이라 계속 보면서 카피하게 됐다. 선배님이 다리를 오픈하고, 손 위치를 계속 바꿔가면서 치시는 걸 보면서 연구하고 고민했다. 처음에는 손 위치가 엄청 높았는데 지금은 많이 내리고, 스탠스도 조금 줄였다. 그렇게 하니 선배님처럼 (배트가) 공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2년 전 손흥민을 따라 한 데뷔 첫 안타 세리머니에 대해 “너무 튄 것 같다”며 웃은 유준규는 “지금 목표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도 가고, 시범경기도 뛰면서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내야, 외야 둘 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다면 슈퍼 유틸리티로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쉽지 않지만 아직 젊고 타격 재능이 있으며 열정이 넘치는 유준규라면 못할 것도 없다.
KT 유준규. 2022.05.20 / foto0307@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