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외야에서 뭔가 터져줘야 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수년째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외야다. 잠깐씩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었지만 꾸준함이 떨어졌다. 누구도 1년 넘게 붙박이로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작년 6월 시즌 중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장진혁에게 기회를 주면서 주전급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시즌 뒤 FA 영입한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KT로 이적했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한화는 다시 제로 베이스 상태로 외야를 만들어가고 있다. 새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중견수 한 자리만 확정됐고, 남은 두 자리는 미정이다. 8명의 국내 외야수가 캠프에 와서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김경문 감독은 “내야는 교통정리가 됐지만 외야는 계속해서 보고 있다. 이제 외야에서 뭔가 터져줘야 한다”며 “한화 외야가 약하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분명 있다. 지금 당장 누구라고 말할 순 없다지만 캠프 막판 가서 라인업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간절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절대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선 임종찬(24)이 ‘달의 남자’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의 핵심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야구에 무척 진지하고, 성실함과 승부욕을 인정받고 있다.
북일고 출신으로 2020년 2차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투좌타 외야수 임종찬은 한화 리빌딩 기간 1군에서 꽤 많은 기회를 받았다. 어깨가 강하고, 타격 파워가 좋아 잠재력이 터지면 고점이 높은 유형의 선수로 ‘스타 기질’도 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시범경기 맹타로 개막 엔트리에 들더니 3월29일 대전 KT전 홈 개막전에서 9회말 끝내기 2루타를 치며 경기장을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미소짓게 했다.

시즌 초반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임종찬이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4월 중순 2군에 내려갔다. 열흘 뒤 다시 콜업됐지만 일주일 만에 또 2군행. 김경문 감독 부임 후에는 6월 중순 1군에 올라왔으나 8일 만에 다시 내려갔다. 1군 성적은 24경기 타율 1할5푼8리(57타수 9안타) 7타점.
9월 확대 엔트리에도 1군의 부름이 없었던 임종찬은 2군에서 절치부심했다. 퓨처스리그 83경기 타율 2할8푼4리(278타수 79안타) 13홈런 82타점 51볼넷 73삼진 출루율 .394 장타율 .496 OPS .890으로 활약했다. 퓨처스 북부리그 타점왕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재확인시켰다.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에서도 13경기 타율 3할7푼5리(40타수 15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어필했다.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이어 이번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까지 왔다. 단단히 칼을 갈고 외야 주전 한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임종찬은 “오랜만에 따뜻한 환경에서 캠프를 치르며 준비를 잘하고 있다. 지난해 한 시즌 치르면서 느낀 게 많고, 교육리그에서 일본의 수준 높은 투수들 공을 치면서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홈런 숫자에 늘어난 것에 대해선 “장타를 치려 하지 않아도 힘이 있기 때문에 타이밍이 잘 맞으면 홈런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장타를 치려고 의식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비활동기간에는 장진혁과 함께 광주의 한 야구 전문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했다. “진혁이 형과 같이 운동하며 몸을 잘 만들었다. 나이 차이(7살)가 있는 형이지만 성향이 잘 맞고, 제 얘기를 잘 들어주셨다. 형이 다른 팀에 가서 아쉽지만 서로 잘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KT에서 이강철 감독의 감독을 주목을 받는 장진혁처럼 임종찬도 김경문 감독 눈에 들어야 한다. 그는 “작년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성장하는 데 있어 필요한 부분을 배웠다. 퓨처스에 내려가 잘 준비했고, 타점왕을 한 것도 나름 의미 있었다. 퓨처스에서 노력한 것도 1군에서 잘하기 위함이었다. 외야 경쟁에서 제가 가진 장점들을 발휘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 장점들은 시즌을 치르면서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