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적이다. 마커스 래시포드(28)가 생애 처음으로 맨유를 떠나 아스톤 빌라에 합류했다.
빌라는 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맨유의 래시포드와 임대 계약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A매치 60경기를 뛴 그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빌라와 계약을 맺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빌라는 "래시포드는 올드 트래포드(맨유 홈구장)에서 400경기 이상 출전해 138골을 넣었으며 어릴 적부터 몸담은 팀에서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우승, FA컵과 리그컵 우승 2회를 차지했다. 최전방 어디서든 활약할 수 있는 공격수인 그는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17골을 넣었으며 각각 두 차례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자국을 대표했다. 환영한다, 마커스!"라고 덧붙였다.
이제 래시포드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빌라 유니폼을 입고 뛴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빌라가 그의 임금을 최소 75% 부담한다. 이는 래시포드와 빌라 성적에 따라 최대 9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그 덕분에 1800만 유로(약 272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유지하게 된 래시포드다.
추후 완전 이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4000만 파운드(약 723억 원) 상당의 완전 영입 옵션이 래시포드 계약에 포함돼 있다. 3년 반 계약이 뒤따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로써 무려 20년 만에 맨유를 떠나게 된 래시포드다. 그는 2005년 맨유 유소년팀에 합류한 뒤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20년 만에 붉은 유니폼을 벗고 빌라 유니폼을 입으면서 '원클럽맨' 커리어를 마치게 됐다.
맨유 성골 유스인 래시포드는 지난 2016년 맨유 1군에 데뷔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대와 달리 주춤하던 그는 2022-2023시즌 드디어 재능을 꽃피웠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56경기 30골 11도움을 기록하며 절정의 득점력을 자랑한 것.
이 때문에 파리 생제르맹(PSG)이 래시포드의 이적료로 무려 1억 파운드(약 1814억 원)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맨유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미래를 책임질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뼈아픈 실수였다. 래시포드는 곧바로 다음 시즌부터 부진에 빠졌고, 불성실한 태도로 많은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뉴포트 카운티와 FA컵 경기를 앞두고 술에 취해 클럽을 찾았다가 훈련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맨유 팬들도 애지중지했던 래시포드에게 점차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2023-2024시즌 8골을 넣는 데 그쳤다.


맨유도 래시포드를 포기했다. 특히 새로 부임한 후벵 아모림 감독은 그와 말도 안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가디언'은 "맨유 구단은 래시포드의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아모림은 클럽 전반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래시포드가 떠나야 한다고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래시포드는 지난달 맨체스터 시티와 라이벌 더비에서 명단 제외된 뒤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16강에 진출한 맨유의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21인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아모림 감독은 공개적으로 래시포드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풀럼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래시포드 이야기가 나오자 "벤치를 보면 약간의 속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를 벤치에 앉히느니 우리 골키퍼 코치 호르헤 비탈을 앉히는 게 더 낫다"라고 수위 높은 비난을 내놨다.
래시포드보다 63세 비탈 코치가 더 쓸모 있다는 이야기. 비탈 코치는 지난해 11월 아모림 감독과 함께 맨유에 합류한 아모림 사단의 일원이다. 그는 전직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흰머리가 가득한 60대 할아버지다. 래시포드는 이런 비탈보다도 못하다는 충격 평가를 들었다.


래시포드도 이미 공개적으로 맨유와 작별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개인적으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다음 단계를 밟을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맨유를 떠날 때 나쁜 감정은 없을 것이다. 맨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다. 난 다른 선수들과 달리 떠날 때 직접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별을 암시했다.
사실 래시포드가 원한 행선지는 바르셀로나였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바르셀로나 합류를 1순위로 뒀다. 스페인 '스포르트'에 따르면 아예 바르셀로나 임대를 결심했고, 구단에도 이를 전달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늦어졌고, 그 사이 빌라가 접근해 래시포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는 우나이 에메리 빌라 감독의 존재가 컸다. 로마노에 따르면 에메리 감독이 직접 래시포드에게 전화를 걸었고, 래시포드는 그가 제시한 프로젝트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축구에 끌렸다. 'BBC' 역시 "에메리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전망은 래시포드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전했다.
한편 래시포드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임대 계약을 이뤄준 맨유와 빌라에 감사를 전한다. 운 좋게도 내게 몇몇 클럽이 접근했지만, 빌라는 쉬운 결정이었다. 올 시즌 빌라가 플레이한 방식과 감독의 야망을 정말 존경한다. 난 단지 축구를 하고 싶고, 시작할 생각에 기대된다. 남은 시즌 맨유의 모든 분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라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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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스톤 빌라, 스카이 스포츠, 더 선, 마커스 래시포드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