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 덕분에 기쁘다" 데뷔전 14분 뛰고 눈도장 쾅! QPR 수석코치도 확신..."앞으로 분명 도움될 거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02.02 21: 30

양민혁(19,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단 14분 만을 뛰고도 합격점을 받았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는 2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더 덴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30라운드 밀월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승점 38점의 QPR은 14위로 떨어지면서 플레이오프(PO) 진출에서 더 멀어졌다.
양민혁은 후반 31분 교체 출전으로 잔디를 밟으며 QPR 입단 3일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지난달 말 임대로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QPR에 합류했다. 토트넘에선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운 만큼 하부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며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QPR은 밀월전부터 양민혁을 투입하며 즉시전력감으로 데려왔음을 보여줬다. 양민혁은 후반 31분 모로코 출신 공격수 일리아스 셰어와 교체되며 경기장에 들어섰고, 한 차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골키퍼 선방에 막히긴 했으나 그를 처음 본 팬들에게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다만 팀 패배를 막진 못했다. QPR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3분 알피 로이드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추긴 했으나 전반 25분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QPR은 후반 들어 일본인 윙어 사이토 고키와 양민혁, 마이클 프레이 등을 투입하며 동점을 노려봤으나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양민혁은 정규 시간 14분, 추가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20분 정도 경기장을 누볐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유효 슈팅 1회, 패스 성공률 100%(4/4), 볼 터치 9회, 리커버리 2회, 태클 1회 등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나선 실전 무대였지만, 양민혁은 나름 합격점을 받았다. 영국 'BBC'는 "벤치에서 나온 양민혁은 활발함을 보여줬다. 그가 QPR 공격에 어떤 능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엿볼 수 있었다"라며 "QPR은 후반에 동점골을 위해 밀어붙였다. 고키와 프레이, 양민혁이 들어오면서 파이널 서드에서 더 위협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런던 지역지 '런던 월드'도 양민혁에게 평점 7점을 줬다. 이는 8점을 받은 고키 다음으로 높은 점수였다. 매체는 "양민혁이 처음으로 한 행동은 상대 골키퍼를 당황하게 하는 슈팅을 골대 안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그는 흥미로운 선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늘의 게임 체인저는 아니었다"라며 이번엔 큰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
무엇보다 사비 캄 수석코치가 양민혁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날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을 대신해 경기를 지휘한 그는 양민혁을 평가해 달라는 말에 "그가 있어 기쁘다. 우측면을 소화할 수 있는 옵션이다. 오늘 우리는 양민혁과 함께 측면에 에너지를 더 불어넣으려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캄 수석코치는 "후반에 양민혁을 투입하고, 그가 공격하려 노력하면서 빌드업을 3-2 체계로 바꿨다. 측면에서 2대1이나 2대2 상황을 만들어 공격하려 했다. 양민혁에게는 처음인 만큼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양민혁은 앞으로도 꾸준히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QPR은 주전 윙어 카라모코 뎀벨레가 무릎 수술로 이탈했다. 그는 3월 말에나 복귀할 예정이다. 여기에 또 다른 측면 자원 루카스 안데르센도 부상으로 빠져있다.
PO 진출을 꿈꾸는 QPR로선 양민혁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르티 시푸엔테스 QPR 감독도 "양민혁은 빠른 속도를 지녔으며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뒤에서 달려드는 걸 좋아한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뛰었지만, 왼쪽에서도 뛸 수 있다"라고 양민혁 활용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다행히 첫 단추를 무사히 끼운 양민혁이다. 그는 지난해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데뷔 시즌부터 12골 6도움을 터트렸다. 이후 토트넘과 계약한 양민혁은 구단 요청에 따라 12월 토트넘에 조기 합류했다. 빠르게 런던에 도착한 그는 손흥민을 비롯한 1군 선수들과 훈련도 진행했다.
등번호 18번도 받았다. 양민혁은 아카데미 선수들이 아니라 주로 1군 멤버에게 주어지는 등번호 18번까지 배정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토트넘의 18번은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 해리 케인이 어릴 적 사용하던 번호이기 때문. 케인 외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저메인 데포, 페르난도 요렌테 등 주요 공격수들이 거쳐갔던 번호다.
다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초 "양민혁은 매우 어리고, 여기서 맞닥뜨리게 될 수준과는 매우 거리가 먼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 그냥 그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뿐"이라며 "구체적 계획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토트넘 공격진에 부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양민혁이 생각보다 빠르게 데뷔할 수 있다는 예상이 커졌다. 특히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64라운드 맞대결이 적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예 양민혁을 명단 제외했다. 이후로도 이따금 벤치에만 앉혔을 뿐 출전 기회를 주진 않았다.
결국 양민혁은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하며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2부 QPR 임대를 택했다. '풋볼 런던'의 알라스데어 골드 기자는 "만 18살인 양민혁이 영국의 경기 속도와 신체적 특성을 (PL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케인 같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도 10대 시절엔 챔피언십 임대를 통해 성장한 바 있다.
QPR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팀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박지성이 몸담았던 구단이기 때문.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후 QPR로 이적해 주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국가대표 풀백이자 양민혁의 강원 선배인 윤석영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 팀에서 뛰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양민혁은 QPR과 첫 인터뷰에서 "이 팀은 박지성 선배님이 뛰었던 팀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많은 출전 기회가 경험을 쌓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라며 "승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이 팀에 더 많은 승리와 공격 포인트,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언제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던 양민혁.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다가오는 블랙번전에서 데뷔골까지 정조준할 전망이다. QPR은 오는 5일 블랙번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31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이 경기가 양민혁의 홈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QPR,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