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퓨처스리그라도 30이닝 가까이 던지며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긴 쉽지 않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29경기 중 28경기를 무자책점으로 막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배동현(27)이 올해는 1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 중이다. 강력해진 한화 마운드 1군 한 자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경기고-한일장신대 출신으로 2021년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배동현은 첫 해 1군에서 20경기(4선발·38이닝) 1승3패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26개를 기록했다. 당시 리빌딩 중이던 한화는 여러 투수들에게 기회를 줬고, 신인이었던 배동현도 나름 가능성을 보였다.
공을 숨기는 디셉션 동작이 좋고, 공격적인 투구가 강점이었던 배동현은 모자챙이 일자형인 스냅백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첫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해결했고,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29경기 모두 구원등판한 배동현은 5승7홀드 평균자책점 0.30 탈삼진 32개로 호투했다. 29⅔이닝 동안 삼진 32개를 잡으며 자책점이 1점에 불과했다. 8월7일 익산에서 열린 KT전이 유일한 자책점 허용으로 나머지 28경기에서 무자책점 행진을 펼치며 한화 퓨처스 팀의 북부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피닉스 교육리그에서도 배동현의 기세가 쭉 이어졌다. 5경기(8⅓이닝)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16으로 호투하며 일본팀 타자들을 상대로도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고, 올해는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 중인 한화의 1군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했다. 퓨처스리그에 이어 일본 교육리그까지 꾸준함을 보여준 만큼 1군에서 눈도장을 받을 기회가 왔다.

한화 관계자들은 “배동현이 많이 좋아졌다. 볼 회전수와 수직 무브먼트가 좋아 구속 이상으로 볼끝에 힘이 있다. 피칭 디자인만 잘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직구 구속이 최고 144km, 평균 140km로 빠른 편이 아니지만 분당회전수(RPM)가 평균 2400으로 리그 평균(약 2200)을 웃돈다.
배동현은 “원래 제 장점이 볼 회전수인데 그걸 잘 살리기 위해 폼도 조금씩 바꾸며 변화를 줬다. 구속이 떨어진 걸 회복하기 위해 몸 관리도 바꾸면서 결과가 나왔다”며 퓨처스 0점대 평균자책점에 대해 “제가 잘 던진 것도 있겠지만 야수들의 도움이나 운도 따라준 것 같다. 교육리그에서도 열심히 던지는 걸 김경문 감독님, 양상문 코치님이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1군 캠프에도 오게 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볼끝이 좋은 직구와 함께 상무에서 동기 최지광(삼성)에게 배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쓰고 있는 배동현은 “이제 (1군에서도)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우리 팀 투수진이 좋아진 것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지만 저도 그만큼 바뀌었다. 주눅들지 않고 마운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드리겠다”며 몰라보게 뎁스가 두꺼워진 한화 마운드에서 꼭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