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공민규(25)는 2018년 입단 당시 중심 타선을 이끌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군 통산 77경기에서 타율 1할9푼7리(117타수 23안타) 4홈런 12타점 5득점으로 성장세는 더뎠고 팀내 입지도 좁아졌다.
만년 기대주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며 야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 발로 나가지 말고 끝까지 하다 보면 좋은 날 온다”는 선배 이성규(외야수)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다. 공민규는 야구 인생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전 피츠버그 파이리즈 내야수 출신 강정호가 운영하는 킹캉 스쿨에서 개인 지도를 받기 위해 자신의 연봉(4000만 원) 전액에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최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야구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다. 포기보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너무 커서 정말 힘들었다. 부모님께 ‘여기까지 해야 할 거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직 젊다. 미국을 가든 어디를 가든 해볼 수 있는 거 후회 없이 다 해보자. 그래도 안 되면 인정하자’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는 “강정호 선배님이 운영하는 킹캉 스쿨이 가장 유명한 곳이고 인천고 선배인 김재환 선배님이 계셔서 다녀왔다”면서 “그동안 중심 이동이 부족했는데 스윙 앵글을 바꾸고 나서 그 부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봉 전액에 가까운 액수를 투자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부모님께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네가 야구하면서 미국까지 가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오겠느냐. 인생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야구 잘해서 더 많이 벌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마지막까지 다 해보고 안 될 때 인정하자는 간절함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또 “후배들은 이제 다 자리를 잡고 스타가 되어가고 있는데 나는 1군에서도 자리를 못 잡고 있으니 스스로 초라한 느낌도 받았다. 내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없으면 내 야구 인생은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았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변화는 물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공민규는 “예전 같으면 시즌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지금은 다 내려놓아서 그런지 그런 것도 없다. 예전에는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킹캉 스쿨에서 만난 김대한, 박민석, (박)세혁이 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강정호 선배님께도 심리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완근 끝판왕’ 이성규의 한 마디도 공민규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무리 캠프할 때 성규 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 발로 나가지 말고 끝까지 하다 보면 좋은 날 온다’고 하시더라. 성규 형이 작년에 잘하지 않았나. 나도 많다면 많은 나이인데 그렇다 많다고 하기엔 애매한 나이다. 좋은 날 오겠지 하고 일단 열심히 살아보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공민규는 “작년까지는 계속 확신이 없는 시즌을 했다. 군대 갔다 와서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올해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준비를 많이 했고 그동안 정립이 안 돼 있던 것들을 오프 시즌에 정립을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내야진 경쟁은 매년 있었는데 이긴 적은 없었다. 올해도 경쟁을 또 하겠지만 잘 해야 한다. 지금의 자신감을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해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공민규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1군에 계속 있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면 퓨처스에서 타이틀 하나 노려볼 때가 되지 않았나. 나는 1군에서도 퓨처스에서도 계속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다. 매년 1군과 퓨처스를 왔다 갔다 했다. 풀시즌으로 한번 타이틀을 따보고 싶다”고 했다.
또 “1군에서는 10홈런을 치고 싶다. 강정호 선배가 '20개 무조건 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자신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10개만 쳐도 성공이다. 목표를 크게 허황하게 잡는 것보다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