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야수진의 황금세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러나 야수진의 리빌딩이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투수진의 성장과 조화 없이는 성적을 내는 건 힘들어진다. ‘명장’ 김태형 감독의 1년차는 젊은 야수진을 세팅하고 황금세대의 시간을 시작했다면, 이제 2년차의 숙명은 마운드의 영건들을 쑥쑥 키워내는 것이다.
롯데는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야수진 리빌딩을 시작했고 단숨에 성공시켰다. 비록 한 시즌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포지션 곳곳에 야수진을 새롭게 세팅했다. 이른바 ‘윤고나황’으로 불리는 윤동희(22) 고승민(25) 나승엽(23) 황성빈(27) 등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으로 도약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내야수 손호영(31)까지 더해지며 내외야 곳곳이 새 얼굴들로 가득찼다.
지난해 이들 5명은 ‘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13.16을 합작했다. 윤동희 3.43 고승민 3.08 손호영 2.40 황성빈 2.33 나승엽 2.22의 WAR을 기록했다. 롯데 선수단 전체 WAR이 42.6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율로 따지면 30.8%였다. 이들이 롯데 타선의 중심이 된 것이 단순히 느낌이 아니었다. 기록으로 증명된 사실이었다.
물론 이들은 이제 ‘2년차 징크스’ 없이 더 도약해야 한다. 이제는 기대치와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한 기준점이 지난해 보다는 높아졌다. 그러나 타자들만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성적을 위해서는 마운드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지난해 롯데 마운드는 타선에 비해 아쉬움이 짙었다. 선발과 불펜에서 가리지 않고 아쉬움이 짙었다. 지난해 활약했던 애런 윌커슨과 찰리 반즈, 외국인 원투펀치 듀오는 더할나위 없느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토종 선발진, 그리고 불펜진은 기대 이하였다. 팀 평균자책점 5.05로 리그 7위에 머물렀다. 선발진은 4.91로 6위, 중위권이었지만 불펜진의 경우 5.36으로 9위에 그쳤다.
토종 선발진은 박세웅(30) 이후 확실한 선발 자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불펜진에서도 김상수(37) 구승민(34) 김원중(32) 등 주축들이 모두 30대 중반 혹은 후반이다. 기대했던 나균안(27) 김도규(27) 등은 개인사 논란과 부진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필승조 역할을 해줘야 했던 최준용(24)은 지난해 고질적인 어깨 통증을 치유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암담한 현실이라고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그래도 지난해 여러 계기들을 통해서 롯데는 영건 투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확인했다. 2021년 신인 2차 1라운드 출신 특급 유망주 김진욱(23)은 1군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 끝까지 잔류했다. 2019년 입단한 6년차 우완 투수 박진(25)은 롱릴리프 역할은 물론 선발과 불펜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며 기대감이 급상승했다.

2022년 1차 지명 우완 파이어볼러 이민석(22)과 지난해 신인 2라운더 지명자 좌완 정현수도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나균안처럼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강현(30), 시즌 중 깜짝 세이브를 올렸던 좌완 송재영(23) 등 새 얼굴들이 조금씩 등장했다. 올해는 이들이 팀 마운드의 중심으로 좀 더 들어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2022년 신인왕 출신 정철원(27)도 불펜 핵심이 되어야 할 영건이다.
여기에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지난해 울산 교육리그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간 신인 박준우(20)와 5년차 우완 이병준(23)이 강한 공을 뽐내며 1군 투수 엔트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신인 1라운더 신인 좌완 김태현(19), 2라운더 우완 박세현(19)도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대만 스프링캠프를 출발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로 투수진, 그 중 선발진을 언급했다. 그는 “선발이다. 박세웅이 작년에 못해서 사실상 용병 둘 뿐이었다. 올해는 세웅이가 괜찮아질 거 같고, 김진욱, 나균안, 한현희, 박진, 박준우 등 여러 선수들을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짜 가을야구 가야한다. 작년에 새로 부임해서 시범경기를 해보니 계산이 안 나오더라. 초반에 성적이 떨어졌을 때 선수들을 일부러 실험했다. 모든 선수들을 똑같은 압박을 주면서 해봤다. 선수들 모두 혼동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야수들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는데 투수 파트에서 개인 사정이 있는 선수들이 나오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올해는 안정감을 찾을 거 같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태형 2년차의 숙명은 투수진 육성, 그리고 가을야구다. 투수진이 쑥쑥 커준다면, 기대했던 영건들이 1군에 모두 연착륙 할 수만 있다면 김태형의 롯데는 한동안 멀어졌던 가을야구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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