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 볼 수 있습니다!” 국민타자 제안 왜 흔쾌히 수락했나…예비 쌍둥이 아빠의 책임감, 40억 FA 공백 메운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5.01.29 17: 20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주전 2루수 강승호가 KT 위즈로 떠난 3루수 허경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포지션 전향을 전격 선언했다. 올해 쌍둥이 아빠가 되는 만큼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두산 부동의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은 2024시즌을 마친 뒤 3년 20억 원의 선수 옵션을 포기,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했다. "두산에 남겠다"는 말을 지키기 위해 원소속팀 두산과 새로운 FA 계약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작년 11월 KT와 4년 40억 원에 계약, 생애 첫 이적을 택했다. 
두산에는 이유찬, 박계범, 박준영, 오명진, 박지훈 등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수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공격보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이 많아 이승엽 감독이 장고를 거듭했고, 호주 스프링캠프에 앞서 2루수 강승호에게 3루수 전향을 제안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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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고과 1위 강승호라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커리어를 해낼 수 있는 선수다. 수비도 보면 LG에서 유격수, SK에서 3루수를 해봤다. 본인도 생각이 있다”라며 “아무래도 3루수보다는 2루수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3루수로 가면 타격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또 요즘 트렌드가 노시환, 문보경, 김도영, 최정, 김영웅 등 장타력 있는 3루수가 많지 않나. 강승호도 거기에 합류할 수 있다. 일단 3루수가 가능한지 빨리 파악이 필요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31살이 된 강승호는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감독님께서 3루가 괜찮냐고 하셨을 때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대답이 쉽게 나왔다. 구단에서 원하는 방향이 3루수면 당연히 그걸 따라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가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43주년 창단기념식 겸 시무식을 가졌다.행사에는 고영섭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태룡 단장, 이승엽 코치 및 주장 양의지를 비롯한 선수단 85명이 참석했다.두산 양의지, 강승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1.15 /cej@osen.co.kr
강승호는 지난 2020년 12월 최주환(당시 SK 와이번스)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북일고를 나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라운드 3순위 지명된 그는 2018년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유니폼을 입었고,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3년 만에 잠실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강승호에게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두산 주전 2루수를 맡아 3년 연속 비FA 고과 1위를 해낸 것. 지난해 12월 연봉 협상에서 종전 2억5500만 원에서 45.1%(1억1500만 원) 인상된 3억7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 2013년 프로 데뷔 후 12년 만에 연봉 3억 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강승호가 2루수 포지션을 맡아 해낸 성과다. 2루수 전문 요원인 강승호의 커리어 통산 3루수 출전 기록은 30경기(선발 8경기) 112이닝이 전부. 588경기 4374⅔이닝을 소화한 2루수와 극명히 대비된다. 강승호의 한 시즌 3루수 최다 출전은 SK 시절이었던 2018년 15경기(선발 4경기) 60이닝이다.
이에 강승호는 비활동기간부터 영상을 찾아보며 3루수 전향을 준비했다. 그는 “캠프에 앞서 한 번씩 (허)경민이 형이 수비하는 영상을 찾아봤다. 또 과거 내가 3루수를 봤을 때 생각도 해봤다”라며 “그러나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막상 몸으로 하는 건 다르다. 호주 가서 많은 연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이승엽 감독은 지난 15일 창단기념식에서 강승호의 3루수 전향 계획을 밝히면서 “강승호가 만일 3루수가 안 될 경우 머리가 아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강승호는 “나도 기사를 통해 봤다. 감독님 머리 안 아프고 라인업 짤 때 고생 안 하시도록 내가 3루에서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강승호는 올해 팀과 더불어 가정에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됐다. 빠르면 오는 6월 말 쌍둥이 아빠가 되기 때문이다. 
강승호는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좋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울었다”라며 “앞으로 야구를 더 잘해야할 거 같다. 쌍둥이라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 잘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라고 분유 버프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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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두산은 44명의 선수단과 함께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 담금질에 돌입한다.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9명, 외야수 9명이 참가하며 신인 중에서는 1라운드 지명자 내야수 박준순과 3라운드 지명자 투수 홍민규가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롯데와의 트레이드로 합류한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도 스프링캠프에서 본격 눈도장을 받는다.두산 강승호가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2025.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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