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침묵을 지키던 MBC가 입을 열었다.
28일 오후 MBC는 공식입장을 통해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MBC로서는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바로 입장을 내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故 오요안나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에 이르는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요안나의 유서에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오보를 고인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유퀴즈' 섭외 요청을 받은 일에 대해서도 비난하며 지속적인 폭언을 쏟아냈다는 것.

오요안나의 지인들은 SNS를 통해 "오랜 기간 요안나에게 특정인(기상캐스터 선배)이 군기를 잡고 비난하고 자신을 따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뿐만 아니라 오요안나와 친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들었을 거다.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해자들과 MBC는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이 사실을 널리 알려달라. 부탁드린다. 가해·방관자가 처벌받아 제 친구가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질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MBC 측은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며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MBC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MBC 측은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라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시기 바란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무분별한 유포와 의혹 제기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청 드립니다. 고인의 명예와 직결돼있을 뿐 아니라 또다른 차원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면서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습니다.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유족이 희망할 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알렸다.
한편 오요안나는 1996년 생으로 지난 2017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공채 오디션을 통해 아이돌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제39회 춘향제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선발됐고, 이후 2021년 MBC 기상캐스터 공채에 합격하며 방송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tvN 인기 예능 '유퀴즈'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오요안나가 3개월 전인 9월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당시 MBC 관계자는 OSEN에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달 만에 그의 사망과 관련된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유족이 MBC에 요청해 진상조사가 이뤄질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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