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선수로만 베스트 11을 꾸리고도 남는다. 토트넘 홋스퍼가 말 그대로 부상 병동이 됐다.
토트넘은 26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레스터 시티에 1-2로 역전패했다.
이제는 정말 강등 걱정을 해야 하게 된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승점 24(7승 3무 13패)에 그치면서 15위에 머물렀다. 한 경기 덜 치른 16위 에버튼(승점 23)에 한 점 차로 쫓기고 있는 만큼 여기서 더 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강등권인 18위 울버햄튼(승점 16)과 격차도 8점에 불과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토트넘은 전반 33분 히샬리송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히샬리송은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최근 부상에서 돌아온 뒤 PL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1분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바비 리드의 땅볼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뒤로 흐른 공을 제이미 바디가 밀어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에 4분 뒤 엘 카누스가 토트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전골까지 터트렸다. 페드로 포로가 후방에서 패스 미스를 범하며 역습을 허용했고, 높이 전진해 있던 토트넘 중앙 미드필더들은 제 시간에 복귀하지 못했다. 공간이 넓게 열리니 쉽게 슈팅 기회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이후 레스터 골문을 두드려 봤으나 오히려 레스터의 강한 압박에 위기를 맞으며 고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07년생 윙어 마이키 무어, 세르히오 레길론을 투입했고, 후반 추가시간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를 넣어봤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토트넘은 더 이상 득점하지 못하며 무릎 꿇고 말았다.
어느덧 리그 7경기째 승리가 없는 토트넘이다. 최근 7경기 1무 6패, 11경기 1승이라는 최악의 페이스다. 심지어 에버튼과 레스터 같은 하위권 팀을 상대로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당연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경질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부상자가 또 추가됐다. 히샬리송이 다시 한번 쓰러진 것. 그는 지난해 5월 이후 오랜만에 PL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전체적으로 잠잠했으나 슈팅 1회·1골을 기록하며 '원샷원킬' 본능을 뽐냈다. 그러나 후반 9분 갑작스레 벤치로 물러나며 우려를 샀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경기 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은 사타구니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하프타임에 경기장에서 빠져나와야 했지만, 10분을 더 뛰고 싶어 했다"라며 "히샬리송이 잘 달리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그를 교체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독한 유리몸으로 전락한 히샬리송이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사타구니와 무릎, 햄스트링 부상으로 4차례나 자리를 비웠고, 130일을 결장했다. 올 시즌에도 벌써 3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히샬리송은 지난해 8월 2경기에서 25분을 뛰고 부상, 지난해 10월 돌아와 3경기를 뛰고 부상, 이달 초 복귀해 3경기 111분을 소화하고 또 다치고 말앗다.
토트넘은 안 그래도 또 다른 공격수 도미닉 솔란케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히샬리송까지 빠지면서 손흥민의 부담이 더욱더 커지게 됐다. 손흥민 역시 이번 시즌 햄스트링 문제로 몸이 좋지 않지만, 팀 사정상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은 뛰어난 선수이자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팀과 마찬가지로 지난 몇 달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에게 많이 뛰어달라고 요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상자들로만 선발 명단을 꾸릴 수 있는 토트넘이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솔란케, 티모 베르너-브레넌 존슨-윌손 오도베르, 제임스 매디슨-이브 비수마,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제드 스펜스, 굴리엘모 비카리오로 토트넘 전력에서 이탈한 베스트 11을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히샬리송과 프레이저 포스터, 여전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파페 사르까지 추가하면 부상 선수만 무려 14명에 달한다. 이에 팬들은 "허벅지 FC", "그들의 허벅지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엔지 아웃"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 팬은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부상당하면 운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 트레이너 그리고 선수들의 문제"라며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영국 현지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강도 높은 전술과 훈련이 줄부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이 때문에 선수단 사이에서도 불신과 불만이 피어오르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무리한 선수 기용으로 부상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디 애슬레틱'에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토트넘 의료진에서는 지난달 첼시전을 앞두고 반 더 벤이 뛸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 이 때문에 반 더 벤은 원래 60분만 뛸 계획이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를 빼주지 않았다. 결국 반 더 벤은 후반 34분 부상으로 쓰러졌고, 아직도 재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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