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적 면모다.
이치로 스즈키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헌액 기자회견에서 만장일치를 무산시킨 1명을 넓은 아량으로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헌액된 C.C.사바시아, 빌리 와그너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치로는 이 자리에서 “많은 기자들에게 표를 받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투표를 받지 못한 한 명의 기자가 있다”라며 “저는 그 한 명을 집으로 초대해 술 한 잔 대접하고 싶다. 함께 술을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것이다”라고 웃었다.
이어 이치로는 “저는 선수로 명예의 전당에 7차례 와봤다. 이번에 온 게 8번째다. 그리고 명예의 전당 멤버로서 오게 된 것이 정말 특혈하고 영광스럽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통산 4367안타를 뽑아낸 일본 야구의 전설적인 존재인 이치로. 메이저리그 통산 2653경기 타율 3할1푼1리(9934타수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 출루율 .355, 장타율 .402, OPS .757의 성적을 남겼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뒤 절정의 컨택 능력을 과시하면서 메이저리그를 점령해 나갔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57경기 타율 3할5푼(692타수 242안타) 8홈런 69타점 127득점 56도루 OPS .838의 성적을 남기면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올스타 등 개인이 수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타이틀을 동시에 획득했다. 이후 2004년에는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62안타)를 세웠다.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2차례(2001, 2004년), 실버슬러거는 3차례(2001년, 2007년, 2009년) 받았다. 데뷔 후 10년 연속 골드글러브, 올스타(2001~2010년)에 동시에 선정되는 화려한 커리어를 보냈다. 최다안타 타이틀도 7차례 수상했다.
통산 타율 3할, 3000안타, 500도루 등 명예의 전당 입성 조건은 완벽하게 갖췄다. 관건은 만장일치 입성 여부였다. 그러나 이치로는 단 한 표 차이로 만장일치 입성에 실패했다.
지난 22일 공개된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에서 투표인단 394명 중 393명에게 표를 받았지만 단 한 명이 이치로에게 표를 던지지 않으면서 ‘야수 최초’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헌액이라는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명예의 전당 역대 만장일치 입성 회원은 통산 652세이브로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마리아노 리베라(2019년)가 유일하다.

이치로는 만장일치 입성에 실패하고도 철학적으로 받아들였다.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만장일치에 실패한 것에 대해 이치로는 “1표가 부족했다는 점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터와 함께라니 더욱 좋다. 부족한 점은 어떻게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나 그런 것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여러모로 부족한 존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자신만의 완벽함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불완전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말하며 인생의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대인배’의 면모였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이치로의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입성 실패를 아쉬워 했다. 저명한 기자들이 이치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1명의 투표권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SNS 계정에 “이치로는 1표 차이로 만장일치를 놓쳤다. 앞으로 나와라, 멍청한 놈아(numbskull)”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ESPN’의 저명 칼럼니스트 버스터 올니도 SNS 계정에 “이치로와 사바시아, 와그너에게 축하를 보낸다. 다가올 여름 훌륭한 연설을 기대한다”라면서 “이치로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그 결정의 근거가 명확한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라며 점잖은 어투로 이치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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