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기다림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 현역 시절 광속 좌완 마무리 투수였던 빌리 와그너(54)가 10년 간 드라마틱한 반전을 쓰면서 명예의 전당에 턱걸이로 입성했다. 누구보다 기다렸던 명예의 전당 헌액이었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22일(이하 한국시간), 2025년 명예의 전당 헌액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치로 스즈키, CC 사바시아, 그리고 빌리 와그너 등 총 3명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치로와 사바시아는 올해 첫 번째 후보 자격을 얻자마자 바로 입성했다. 특히 이치로는 ‘야수 최초’ 만장일치 입성을 노렸지만 투표인단 394명 중 한 명에게만 표를 얻지 못하면서 만장일치 입성에는 실패했다. 대신 아시아 선수 최초 명예의 전당 헌액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었다. 득표율 99.75%. 사바시아는 394명 중 342표를 얻어 득표율 86.8%로 입성했다.
이치로와 사바시아가 명예의 전당이 쉽게 다가왔지만, 와그너는 아니었다. 와그너는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10년차에 극적으로 입성했다. 394명 중 325명이 와그너에게 표를 던져서 82.5%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 헌액의 영광을 안았다.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을 얻으려면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이상 활약하고 현역에서 은퇴한 뒤 5년이 지나야 한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이 참가하는 투표에서 75% 이상을 득표해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후보 자격을 취득한 10년 간 유지할 수 있고 5% 미만의 득표율을 얻을 경우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
와그너는 199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해 통산 16시즌 853경기 47승 40패 422세이브 평균자책점 2.31의 성적을 기록했다. 시즌 세이브 1위 타이틀은 한 번도 따내지 못했지만 역대 세이브 순위 8위에 올라있다. 좌완 투수 중에서는 존 프랑코(424세이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다. 통산 7차례 올스타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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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160km, 평균 150km 중후반대의 마무리 투수였던 와그너는 2010년 41세에 맞이한 현역 마지막 시즌에도 노익장을 과시했다. 201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으로 71경기 7승 2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1.43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도 와그너는 최고 96.6마일(155km)의 강속구를 뿌리기도 했다. 좌완 마무리 투수로서 족적을 남긴 와그너였지만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첫 번째 후보 자격을 얻었던 와그너는 불과 10.5%의 득표율에 그쳤다. 2019년까지 4년 동안 10%대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후보 자격 박탈은 피했지만 저조했다. 2019년 득표율은 16.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득표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31.7%로 거의 2배가 됐고 2021년 46.4%, 2022년 51%, 2023년 68.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득표율 추이로는 2024년 9년차에도 입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2024년 73.8%의 득표율, 표수로는 5표가 부족해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10년차에 극적으로 막차로 입성하면서 꿈을 이뤘다.
이로써 2023년 입성에 성공한 내야수 스캇 롤렌의 10.2%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첫 해 득표율을 기록하면서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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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9번째 불펜 투수이면서 좌완 불펜 투수로는 최초 헌액자로 역사에 남았다. 앞서 헌액된 마리아노 리베라, 데니스 에커슬리, 호이트 빌헬름, 구스 고시지, 트레버 호프먼, 리 스미스, 롤리 핑거스, 브루스 수터 모두 우완 불펜 투수다. 명예의 전당 헌액처럼 와그너의 인생 자체가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원래 오른손 잡이인 와그너는 7살 때 오른팔이 두 번이나 골절되면서 왼손으로 던지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이후 드래프트에서는 NCAA 디비전3 페럼 칼리지 출신으로 199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와그너는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신은 나에게 재능을 주셨지만 동시에 저를 성공할 수 있는 상황에 두셨다”면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0최초의 좌완 불펜이고, 최초의 대학 3부리그 선수였다. 또한 버지니아주 출신으로 야구선수 신분으로 헌액된 것도 처음이다.이런 모든 것이 의미가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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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가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안다”라면서 “헌액에 가까워지면서 희망적인 순간도 있었다. 작년에 헌액에 실패했던 일을 생각하며 ‘이 정도까지 왔는데 놓치는 사람은 없다’라는 주변의 기대가 있었다”라면서도 ”헌액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을 견디면서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삼켜야 할 많은 것들을 삼키면서 버틴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라며 10년을 기다렸던 순간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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