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을 외면한 대가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선수들에게도 신뢰를 잃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이달 초 포스테코글루가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을 모두 선발에서 제외했을 때 선수단은 내부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둘 다 팀 내부에서 큰 존재감을 지닌 사람들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이러한 결정은 뒷받침되지 않으면 후폭풍이 생긴다. 특히 결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더더욱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테코글루는 자기 권위를 강화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4일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손흥민과 매디슨을 벤치에 앉혔다.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주장 손흥민과 또 다른 부주장 매디슨을 나란히 선발 제외한 것. 이날 토트넘의 베스트 11에는 주장단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과는 패배였다. 안방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토트넘은 전반 4분 도미닉 솔란케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1-2로 역전패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17분 급하게 손흥민과 매디슨을 투입했으나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선 자기만을 위해 손흥민과 매디슨을 외면했지만, 승리까지 챙기지 못한 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경질 압박을 받고 있다. 토트넘은 19일 에버튼에도 2-3으로 패하면서 프리미어리그(PL) 15위까지 추락했다. 10위 풀럼(승점 33)보다 18위 입스위치 타운(승점 16)과 격차가 더 적다. 하루빨리 반등하지 못하면 충격적인 강등 싸움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토트넘의 리그 성적은 22경기 7승 3무 2패. 최근 10경기에서 단 1승밖에 없다. 리그 6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한 것(1무 5패)도 2009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 토트넘은 명의라는 조롱까지 듣고 있다. 영국 'BBC'는 "닥터 토트넘은 토트넘을 겨냥한 잔인한 최신 험담이다. 활력이 절실히 필요한 팀이나 감독이라면 북런던을 찾아 수술받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올 시즌 만족을 느낀 환자에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입스위치 타운이 포함돼 있다. 두 팀 다 포스테코글루를 상대로 절실히 필요했던 첫 승리를 거뒀다"라고 전했다.
에버튼은 이번 경기 전까지 6경기에서 승리가 없었고, 리그 20경기에서 슈팅 226개, 유효 슈팅 66개, 15골이라는 최악의 공격력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을 만나니 귀신 같이 치료됐다. 에버튼이 전반전에 3골을 넣은 건 지난 2017년 2월 본머스전 이후 무려 7년 350일 만의 일이다. 1288분 동안 침묵 중이던 도미닉 칼버트르윈도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골 맛을 봤다.

토트넘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지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포스테코글루가 부임 초기 보여줬던 유쾌한 태도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그가 '신경질적'이라고 표현했다. 일부 선수들은 여전히 포스테코글루를 굳게 믿지만, 일부는 확신을 잃었다"라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 세션도 문제로 지적된다. 데일리 메일은 "몇몇 선수들은 사적으로 훈련 강도와 스케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수많은 부상자 명단은 훈련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선수들의 걱정을 해소해주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토트넘 뉴스'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매체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를 해고해야 할까? 지금으로서는 그의 메시지가 선수들에게 전달되고 있지 않는 게 분명하다. 선수단과 감독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며 "포스테코글루가 라커룸에서 입지를 잃은 것인지 혹은 부상 때문에 젊은 선수들에게 의존해야 했던 결과인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만약 전자라면 그가 토트넘을 떠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짚었다.
결국엔 승리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토트넘 뉴스는 "포스테코글루는 여전히 토트넘에 남아있기 때문에 주요 선수들의 지지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나 확실한 건 결과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리그 10경기에서 1승을 거두는 건 토트넘급 구단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면 포스테코글루는 곧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이제는 여유를 잃은 모습이다. 그는 에버튼전 직후 인터뷰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 기자가 그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이번 퍼포먼스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불만을 품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익숙한 이야기라고?"라며 되물으며 언짢아했다. 기자는 "글쎄, 패배 측면에서 한 이야기다"라고 다시 말했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알겠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참 좋은 방법"이다라고 비꼬며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에게는 힘든 결과다. 전반엔 주도권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변화를 줬다.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에버튼이 그 부분을 이용했다. 후반에는 잘 반응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여전히 부상 핑계만 대고 있다. 그는 "팬들은 당연히 실망했다. 그들은 우리를 응원하고 있고, 대부분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 우리는 많은 선수를 잃었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솔란케는 어제 훈련에서 무릎을 다쳤다. 아직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공격만을 외치는 고집스러운 전술도 꺾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결국 지나갈 것이다. 난 그렇게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될 거라도 믿는다. 우리는 성과와 결과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잡을 것이다. 난 분명히 반등에 대한 믿음이나 결단력을 잃지 않았다. 후반전 선수들도 그걸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토트넘 출신 제이미 오하라는 "부상자와 젊은 선수들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이 팀엔 좋은 선수들이 있다. 리더들은 어디에 있나?"라며 "포스테코글루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에 경질될 수도 있다.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신뢰를 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BBC도 "에버튼전 토트넘은 후반엔 2-0으로 승리했지만, 사실 경기 내내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번 경기에서 아무것도 얻을 자격이 없었다. 포스테코글루의 팀은 지난 10경기에서 최대 승점 30점을 얻을 수 있었지만, 단 5점만을 획득했다.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당장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메일과 '풋볼 런던' 등에 따르면 토트넘 보드진은 부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축 선수들이 어느 정도 돌아오면 그때 판단하겠다는 것.
심지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패해도 해고되지 않을 전망이다. 레스터는 리그 7연패에 빠지며 19위까지 처져 있다. 토트넘이 여기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강등권 추락도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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