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혜교가 '검은 수녀들' 연기 비하인드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는 영화 ‘검은 수녀들’ 배우 송혜교 인터뷰가 진행됐다.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 집) 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 그리고 ‘국가부도의 날’, ‘마스터’, ‘브로커’ 등을 제작한 영화사 집의 신작이자 송혜교, 전여빈의 신선한 조합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도 당연하고, 모든 작품에 임할 때,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려고 한다. 모든 배우분이 그러실 거 같다. 자기 작품을 끝내놓고, 내 연기 완벽하게 잘했네, 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으실 거다. 많은 분과 노력해서 한 작품이지만, ‘여기서 더 잘할걸’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더 글로리’도 그렇고, 처음 보면 ‘내가 뭘 놓쳤나?’ 하면서 보게 되어서,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내려지면 작품이 보이기 시작할 거 같다. 다음 장면 넘어가서도 ‘아까 그게 맞았나?’ 하면서 보게 되어서, 처음 작품을 볼 때는 제삼자의 입장으로 못 보게 되더라"라며 작품 감상 소감을 전했다.

송혜교는 극 중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가운데,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저라면 할 수 없는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성이라 그게 너무 멋있었다. 수녀님이긴 하지만, 수녀님도 그 이전에 사람 아닌가. 그런데 그런 큰 결심과 용기를 내가 가질 수 있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아마 못 그럴 거 같다. 유니아 수녀는 아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모습이 멋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생애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송혜교는 "전 모든 장르가 어렵고, 연기가 아직 어렵다. 오컬트 장르이지만 드라마가 더 세다고 생각했다.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하나의 신념이 되고, 함께 연대해 나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두 여성이 한 아이를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끌렸기에, 연기하면서 ‘이건 오컬트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았다"라며 "아무래도 구마 장면 경우는, 제가 살면서 처음 찍어본 장면이라.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나, 저는 생각한다. 대중이나 관객분들이 판단해 주시겠지만"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검은 수녀들'을 통해 '생애 첫' 연기는 또 있었다. 처음으로 흡연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던 송혜교는 욕설을 더한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예전에 ‘두근두근 내 인생’ 할 때, 욕을 너무 못해서 짧게 욕을 ‘XX’을 하는데도 ‘억양이 그게 아니다’, 하면서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라며 "그때가 30대 초반이니까. 욕에도 억양이 있지 않나. 악센트랄까. 근데 저도 살면서 조금 욕이 는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욕이 늘어서, 욕하는 연기 하거나 할 때 그렇게 어렵진 않았는데, 어려운 건 흡연이었다. 제가 술은 마시는데, 살면서 몸에 안 좋은 건 하나만 하자는 주의였다. 처음에 대본을 받고 흡연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꽤 있더라. 첫 등장도 흡연이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거짓말로 하기는 싫은데’ 싶기도 했다. 그리고 흡연자들은 가짜 흡연을 바로 알아챈다고 하더라. 첫 등장부터 피우는데 '가짜로 피우는데?'라고 하면 유니아의 모든 모습이 가짜가 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주변에 흡연자 친구들이 있어서 영화 들어가기 6개월 전에 흡연을 시작했다. 처음에 시작할 때가 좀 힘들었던 거 같고. 안피우다 피우니 목도 좀 아팠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연기 어려움도 있었다. 송혜교는 "구마 장면을 촬영 거의 끝날 때 찍었다. 저도 작품에 거의 익숙해져 있었고, 감정도 올라와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그 장면할 때 감정을 쏟다 보니,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순간 경직이 오더라. 찍을 때까지는 참고 하다가, 컷하면 풀어주고"라며 "구마 장면만 3~4일을 찍었는데, 찍을 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잠잘 시간도 없었고.. 또 우진 군이 시험이 있어서, 그 시험 때문에 못 쉬었다. 제가 심통이 나서. ‘너 시험만 아니었으면!’하고 장난으로 이야기했었다. ‘너 시험 못 보기만 해봐!’ 했는데 너무 또 잘 봤더라"라고 웃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전여빈, 문우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먼저 송혜교는 '캐스팅 단계에서 전여빈을 추천했다고 들었다'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저는 전여빈이라는 배우를 너무 좋아했었다. 연기는 물론, 마스크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좋다’고 하고 있었는데, 친한 분들이 ‘나 여빈이랑 친해!’라고 말해 주면서 같이 작품을 한다니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친한 사람들이 여빈이가 괜찮다고 해서 추천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팬이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미카엘라와 너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같이하면 너무 좋을 거 같다고 넌지시 말씀드렸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작사도 물론, 벌써 여빈 씨를 생각하고 계셨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빈 씨가 나왔던) ‘멜로가 체질’, ‘낙원의 밤’도 좋았다"라며 "(함께 하니까) 너무 좋았다. 어떻게 지금 그 나이에 배우로서, 순수할 수가 있지? 그러면서도 똑 부러진다. 연기에 대한 열정도 강하고. 평상시에 순수한, 아기 강아지 같은 느낌인데, 연기에 들어가면 열정적으로 바뀐다. 제가 여빈이를 보면서 자극받았던 점도 많다. 어쩜 저렇게까지 열정이 강할 수 있을까, 하고 배운 점도 많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부마자 희준 역을 맡은 문우진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이 역할은 연기하기 진짜 어렵겠다’ 싶었다. 게다가 어린 친구니까. 많은 경험을 못 했을 텐데, 소문으로는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 친구더라.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리딩할때부터 너무 잘 읽었다. (그때부터) ‘어? 얘 뭐지?’ 생각했는데, 구 마 장면때 분장하고 연기에 들어갔을 때, 거침이 없더라. 짜릿하면서도 닭살 돋았던 적이 몇 번 있다. 매 컷 끝나고 같이 모니터링하면서 ‘너 너무 잘한다’라는 칭찬이 계속 나오더라"라고 회상했다.

작품 밖, 송혜교의 이야기도 있었다. 앞서 수 많은 멜로 물로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던 송혜교는 최근 '더 글로리'를 시작으로 장르물에 도전, 새로운 연기 변신에 성공해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전에는 장르물 제안이 없었던 것인가'라는 질문에 송혜교는 "안 들어온 건 아닌데, 멜로가 그래도 잘된 쪽이 많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송혜교는 저기에서 보장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안심하고 그것과 비슷한 대본을 더 주시긴 했다. 그러다 중간 중간 장르물이 들어오긴 했는데. 그때는 제가 재미없게 읽었던거 같다. 저는 대본을 먼저 보고 재미가 있냐 없냐를 보아서, 인연이 닿지 않았던 거 같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또한 그는 "외모를 내려놓은지는 꽤 됐다. 더 글로리도 그렇고, 장르물을 하다보니까, 반사판이 아예 없더라. 영화톤에 맞게 조정을 해주시고, 신경을 써주셨겠지만. 반사판은 없었다. 그래서 역할에 더 어울렸을것 같기도 하다. 물론 행사나 광고 찍을때는 빡세게 한다. 예쁘게 꾸미고. 예쁘게 보이고도 싶어서. 그런데 이제는, 40대도 되었고 해서, 얼굴로 작품에서 승부볼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연기를 열심히 해야 해, 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며 소신을 전했다.

최근 '유퀴즈'를 비롯,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신비주의를 벗어나기도 한 송혜교는 달라진 마음 가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예능에 나서게 된) 첫번째 이유는, 솔직히 작품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했고, 10년 사이에 홍보 방식도 너무 많이 달라졌더라. 그리고 어린 친구들한테도 다가가고 싶었다. 아마 저를 ‘더 글로리’부터 알고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유튜브나 민경 씨 브이로그를 하게 되었고, ‘유퀴즈’도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갑자기 용기가 생겨난거 같다. 그냥 편안한 요즘 나의 모습을 대중분들께 보여드리는 것도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다가가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신비주의를 하려고 한게 아닌데, 옛날엔 그런 방식이었다. 근데 그 사이에 많이 바뀌어서 요즘에 이 현상을 받아들이려는 거다. 민경씨 브이로그가 저랑 가장 비슷한거 같다. 다른 카메라를 찍는 분들이 없었고, 민경 씨가 단독으로 찍었다. 또 아예 저한테 카메라를 맡겨주시다 보니,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카메라가 있긴 하니까. 그래도 제일 가까운 거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송혜교는 "요즘 어린 친구들이 순풍 산부인과를 유튜브로 보고 저를 알더라. 그거는 (제가) 어린 모습이라, 괜찮다. 통통하기도 하고, 화장도 좀 무섭지만, 어려서 괜찮다. 근데 저는 못보겠다. 제 패션과 화장은. 보다가 ‘아, 왜저래’ 싶다"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특히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통해 "예전에는 매일 나에 관한 기사가 나는 게 좋았다. (그러나 요즘은) 뉴스 기사에 내 이름이 안 나오는 게 행복하더라"라고 언급하기도 한 송혜교는 "댓글은 안 본 지 꽤 됐다. 그냥 저를 위해서. 저를 우선시 생각해서, 잘 안 본다. (그런데도) 반응이 좋아서 너무 좋다. ‘유퀴즈’ 나오기 전에도 ‘과연 반응이 좋을까? 재미있어할까?’하는 걱정도 많이 했고. 유튜브 콘텐츠를 할 때는, ‘뭐 하러 나와?’라는 말을 들을까, 하는 많은 걱정도 있었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근데 다행히도 강민경 씨가 저를 너무 예쁘게 잘 담아줘서 고마웠다. ‘요정재형’은 재형 오빠가 너무 편하게 해주셨다. 처음에는 촬영하는 느낌이었는데, 샴페인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분위기다 보니, 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카메라가 잠깐 없었다고 생각했다. 끝에는 살짝 취하기도 했다. 다 찍고 나서 집에 와서는 ‘이상하면 어쩌지? 나 취했던 거 같은데?’ 걱정도 했는데, 많은 분이 예쁘게 봐주신 거 같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더불어 송혜교는 "(그래도) 좋은 기사 있으면 저도 너무 좋다. 나쁜 일로 기사가 나고 그럴 때는 기분이 안 좋으니까, 그런 말을 했었던 건데. 좋은 기사로 나는 건 좋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검은 수녀들'에 대한 진심도 보였다. 송혜교는 경쟁작으로 나선 '히트맨2'의 주역 배우 권상우가 무대인사 중 무릎을 꿇으며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이기고 싶다"라고 언급했던 사실을 전하자, "(권상우 씨가) 원래 되게 재밌으신 분이다. 저는 다 잘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영화니까. 우리나라 영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 장르도 다르고"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권상우 씨는 영화가 코미디여서 재미있게 푸시면서 하신 거 같고. 저는 기도를 해야 하나?"라며 열정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어렸을 때 마지막 영화로 다녔을 때는, 지금보다 한참 어리기도 해서 긴장된 상태로 무대인사를 돈 거 같다. 어제는 처음으로 관객분들이 저희 영화를 보신 분들 앞에 인사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즐겼던 거 같다. 조금 편안했다. 또 배우들은 팬분들과 관객들을 가깝게 볼 일이 없지 않나. 가까이서 뵙고, 좋은 것도 표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걸 가까이서 들으니까 되게 즐거웠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데뷔 28년 차이자, 40대 배우로 들어선 송혜교. 그는 "요즘엔 '무탈한 게 최고다.', 라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 신경 쓰는 건 '검은 수녀들' 뿐인데, 심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긴 거 같다. 보시는 분들도 모습이 아주 편안해졌다고 말씀해 주신다.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른 거니까"라며 "작품을 통해 연기가 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이게 배우로는 최고다. 예쁘다는 말보다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게 좋다.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면 좋을 거 같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yusuou@osen.co.kr
[사진] UA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