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우완 이승현(34)이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올 시즌을 맞이한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두 자릿수 감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화순고를 졸업한 뒤 지난 2010년 LG 트윈스의 2라운드 16순위 지명을 받은 이승현은 2016년 12월 차우찬(은퇴)의 FA 보상 선수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20년 14홀드를 거두며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고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다. 지난해 60경기에 나서 6승 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48을 남겼다.
20일 오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승현은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초반에 너무 안 풀렸다. 몇 년 만에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시즌 첫 등판(4월 2일 키움전)에서 4점을 내줬다. 캠프 첫 경기에서 스스로 놀랄 만큼 구속이 잘 나왔는데 개막 후 기를 써도 안 올라와서 스스로 조급해지고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했다.
뜻하지 않은 부진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안 되면 좀 더 편하게 해보자는 식으로 하니까 운이 따르고 결과도 잘 나왔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투를 뽐냈다. 3차례 마운드에 올라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이승현은 “2021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저는 성적이 좋지 않아 가을 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가을 무대를 한 번이라도 밟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차분하게 준비했다. 저 혼자 들떠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 충분히 쉬고 나가서 그런지 확실히 좋더라. 한국시리즈에서의 좋은 느낌을 올 시즌에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은 저연차 선수 위주로 구성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참가를 자청했다.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설욕하기 위해서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을 병행하며 몸무게를 6~7kg 정도 감량했다.
그는 “선배들께서 나이가 들수록 둔해질 수 있으니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하셔서 체중 조절을 시작했다. 아직 목표 체중 달성까지 3kg 정도 남았다”고 했다. 효과는 만점. “몸이 확실히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덜 피곤하다”고 했다.

이승현은 올해부터 ABS존이 하향 조정되면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새 구종 연마보다 기존 구종의 가치를 극대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 투수조의 중간 역할을 맡은 그는 개인 성적 향상은 물론 후배들을 다독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다. “제가 선배를 잘 모시고 후배를 잘 챙겨야 하는 위치에 있다. 평소 좋아하는 후배들에게 잘되라고 돌직구를 던지는데 이제는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
삼성은 외부 영입 대신 내부 육성을 통한 계투진 강화를 꾀했다. 이에 이승현은 “저도 항상 긴장하고 있다. 후배들의 성장이 빨라 위기 의식을 느낀다. 후배들이 없었다면 스스로 나태해졌을지도 모른다. 선배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후배들도 잘 성장하니까 외부 영입 없어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윤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승현은 “우리 팀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많은 분께서 저와 딸을 알아보시더라. 앞으로 행동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제가 이제 캠프 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걸 아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더 안기고 그러더라. 마음이 좀 그렇다. 그래도 아윤이가 있으니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큰 힘이 된다. 언제나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이승현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맡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최소 60경기 60이닝을 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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