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폭발했다.
토트넘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에버튼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에버튼에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리그 6경기 연속 무승의 늪(1무 5패)에 빠지며 심각한 부진을 이어갔다. 순위는 어느덧 15위. 토트넘은 22경기에서 승점 24점(7승 3무 12패)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한 경기 덜 치른 16위 에버튼(승점 20)과 4점 차밖에 나지 않기에 여기서 더 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는 생존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 토트넘이다. 10위 풀럼(승점 33)보다 18위 입스위치 타운(승점 16)과 격차가 더 적다. 하루빨리 반등하지 못하면 충격적인 강등 싸움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단 1승밖에 없는 최악의 흐름을 깨야 한다.
이날 토트넘은 선수들의 부상 공백으로 깜짝 3-4-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제임스 매디슨-손흥민-데얀 쿨루셉스키, 제드 스펜스-루카스 베리발-파페 사르-페드로 포로, 벤 데이비스-라두 드라구신-아치 그레이, 안토닌 킨스키가 선발로 나섰다. 도미닉 솔란케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손흥민이 중앙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전반에만 내리 3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전반 12분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박스 안에서 이드리사 게예의 전진 패스를 받았다. 칼버트르윈은 개인기로 토트넘 수비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에버튼이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 28분 일리만 은디아예가 중원부터 빠르게 전진하며 토트넘 수비를 파고 들었다. 그는 드라구신마저 가볍게 따돌린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0을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토트넘은 자책골까지 기록하며 자멸했다. 전반 추가시간 에버튼의 코너킥 상황에서 칼버트르윈이 머리에 공을 맞혔다. 그레이가 이를 걷어내려다가 자기 골문 안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여기에 전반 막판 드라구신이 부상으로 쓰러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토트넘은 후반 31분 쿨루셉스키의 센스 있는 만회골로 한 골 따라 붙었고, 후반 추가시간 히샬리송의 복귀골로 2-3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은 더 이상 에버튼 골문을 열지 못했고, 경기는 에버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에버튼에 7경기 만의 승리를 선물한 토트넘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경질 압박도 더욱 커지게 됐다. 영국 'BBC'는 "토트넘은 후반엔 2-0으로 승리했지만, 사실 경기 내내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번 경기에서 아무것도 얻을 자격이 없었다. 포스테코글루의 팀은 지난 10경기에서 최대 승점 30점을 얻을 수 있었지만, 단 5점만을 획득했다.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 기자가 그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이번 퍼포먼스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어떤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불만을 품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익숙한 이야기라고?"라며 되물으며 언짢아했다. 기자는 "글쎄, 패배 측면에서 한 이야기다"라고 다시 말했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알겠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참 좋은 방법"이다라고 비꼬며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에게는 힘든 결과다. 전반엔 주도권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엔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몇 가지 변화를 줬다.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에버튼이 그 부분을 이용했다. 후반에는 잘 반응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여전히 부상 문제를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팬들은 당연히 실망했다. 그들은 우리를 응원하고 있고, 대부분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 우리는 많은 선수를 잃었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솔란케는 어제 훈련에서 무릎을 다쳤다. 아직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생각과 달리 토트넘 팬들의 분노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골닷컴'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는 "포스테코글루는 축구계에서 본 가장 큰 사기다. 상상도 못한 바닥까지 추락했다", "처음으로 강등이 정말 두렵다.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 몰랐다", "포스테코글루가 소지품을 챙겨서 꺼지면 좋겠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토트넘 출신 제이미 오하라도 포스테코글루가 경질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부상자와 젊은 선수들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이 팀엔 좋은 선수들이 있다. 리더들은 어디에 있나?"라며 "포스테코글루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에 경질될 수도 있다.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신뢰를 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주장 손흥민도 팬들의 분노를 피하지 못했다. 경기 후 토트넘 팬들은 선수단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주장답게 팬들에게 다가가 사과하며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토크 스포츠'의 크리스 코울린 기자는 "몇몇 토트넘 선수들은 원정석으로 다가가 팬들에게 인사하길 매우 꺼렸다. 손흥민은 매우 화가 났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욕설이었다. 손흥민은 다른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끝까지 홀로 남아 사과했지만, 토트넘 팬들은 "재수 없는 XX!"라는 구호를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손흥민도 몇 차례 더 박수를 친 뒤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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