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튼전 벤치' 양민혁, 이러다 2부에서 데뷔할 위기...토트넘 16년 만에 '최악'→10위보다 18위가 가깝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5.01.20 09: 26

이러다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양민혁(19)의 데뷔전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토트넘 홋스퍼가 유럽대항전 진출이 아니라 강등을 걱정해야 할 위기다.
토트넘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에버튼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에버튼에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리그 15위 탈출에 실패했다. 22경기에서 승점 24점(7승 3무 12패)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한 경기 덜 치른 16위 에버튼(승점 20)과 4점 차밖에 나지 않기에 여기서 더 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는 정말 생존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 토트넘이다. 10위 풀럼(승점 33)보다 18위 입스위치 타운(승점 16)과 격차가 더 적다. 하루빨리 반등하지 못하면 충격적인 강등 싸움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날 토트넘은 선수들의 부상 공백으로 깜짝 3-4-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제임스 매디슨-손흥민-데얀 쿨루셉스키, 제드 스펜스-루카스 베리발-파페 사르-페드로 포로, 벤 데이비스-라두 드라구신-아치 그레이, 안토닌 킨스키가 선발로 나섰다. 도미닉 솔란케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손흥민이 중앙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토트넘은 전반에만 내리 3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전반 12분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박스 안에서 이드리사 게예의 전진 패스를 받았다. 칼버트르윈은 개인기로 토트넘 수비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에버튼이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 28분 일리만 은디아예가 중원부터 빠르게 전진하며 토트넘 수비를 파고 들었다. 그는 드라구신마저 가볍게 따돌린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0을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토트넘은 자책골까지 기록하며 자멸했다. 전반 추가시간 에버튼의 코너킥 상황에서 칼버트르윈이 머리에 공을 맞혔다. 그레이가 이를 걷어내려다가 자기 골문 안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부상 악재까지 발생했다. 드라구신이 전반 막판 쓰러지면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것. 결국 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히샬리송과 교체됐다. 토트넘은 어쩔 수 없이 포백으로 전환했다.
후반에도 반전은 없었다. 토트넘은 후반 31분 쿨루셉스키의 센스 있는 만회골로 한 골 따라 붙었고, 후반 추가시간 히샬리송의 복귀골로 2-3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의 패배를 막을 3번째 골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경기는 에버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에버튼은 토트넘을 잡아내면서 7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리게 됐다.
리그 6경기째(1무 5패)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토트넘. 꼴찌 사우스햄튼을 5-0으로 제압한 걸 빼고는 최근 10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영국 '더 선'은 "토트넘이 리그에서 6경기 연속 이기지 못한 건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후안데 라모스 감독은 악명 높은 '8경기 승점 2점'으로 경질됐다.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현재 다니엘 레비 회장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국 'BBC'도 "토트넘은 후반엔 2-0으로 승리했지만, 사실 경기 내내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번 경기에서 아무것도 얻을 자격이 없었다. 포스테코글루의 팀은 지난 10경기에서 최대 승점 30점을 얻을 수 있었지만, 단 5점만을 획득했다.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양민혁의 데뷔전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는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PL 경기 벤치에 앉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상자가 워낙 많은 만큼 양민혁과 마이키 무어, 윌 랭크셔, 칼럼 올루세시 등 어린 선수들을 출전 명단에 포함했다. 
토트넘 공격진이 줄부상에 시달리면서 양민혁이 교체로 경기장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이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면서 양민혁이 잔디를 밟는 일은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과 2007년생 무어를 교체 카드로 택했다.
양민혁은 지난해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데뷔하자마자 K리그1을 휩쓸며 토트넘에 입단했다. 그는 구단 요청에 따라 토트넘에 조기 합류했고, 지난 1월 1일 선수단에 공식 등록됐다.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서 벤치에 앉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민혁이 생각보다 빠르게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수 있다는 예상이 커졌다. 특히 5부리그 탬워스와 FA컵 64라운드 맞대결이 적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예 양민혁을 명단 제외했다. 
양민혁의 아카데미행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토트넘 내부 사정에 능통한 폴 오키프는 양민혁이 계속 뛰지 못하는 이유에 관한 팬의 질문에 "순전히 양민혁을 영국과 영국 축구에 적응시키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양민혁이 21세 이하(U-21) 팀에서 뛰게 될 것이란 의미인가?"라는 물음에도 "좋은 질문이다. 토트넘은 아마 그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디 애슬레틱' 역시 양민혁의 아카데미행을 점친 바 있다. 매체는 지난달 말 "현재 양민혁은 새로운 나라에서 삶에 적응하며 영어 레슨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1군 스쿼드에서 포스테코글루의 폭넓은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레이나 베리발보다는 아카데미 선수들 수준에 더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양민혁은 토트넘의 부상 상황 때문인지 U-21 팀으로 내려가지 않았고, 1군에 남았다. 다른 공격수들의 부상이 더 길어지면 그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
문제는 토트넘의 부진이다. 비상 상황에 빠진 만큼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기에 유망주를 챙겨줄 여유가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토트넘이 다음 시즌 2부로 내려간 뒤에야 양민혁의 뛰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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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트넘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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