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11월, 두산 베어스와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외야수와 2022년 신인왕 투수가 움직이는 덩치가 큰 맞교환이었다.
롯데는 2022년 신인왕을 차지한 투수 정철원과 유격수 경쟁이 가능한 유틸리티 내야수 전민재를 데려왔다. 대신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지명된 외야수 김민석, 그리고 상무에서 갓 전역한 외야수 추재현, 그리고 미완의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최우인을 내줬다.
롯데는 불펜 보강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 롯데 최고의 불안요소이자 골칫거리가 불펜이었다. 기존 필승조로 생각했던 선수들이 고전을 면하지 못했고 부상 변수까지 연거푸 발생했다.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36으로 리그 9위, 최하위권이었다.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1.67로 리그 꼴찌였다. 불펜 피OPS도 .807로 리그 9위에 해당했다.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가 하나도 없었다.
리그 전체적으로 괜찮은 불펜은 ‘금값’이었다. 올해 FA 시장에서 수준급 불펜 투수는 내부 FA였던 구승민, 김원중에 장현식(LG), 임정호, 이용찬 (이상 NC) 정도였다. 그러나 외부 시장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롯데는 구승민과 김원중을 잔류 시키는데에 만족했다.

불펜 보강 움직임은 계속됐다. FA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기에 트레이드 시장을 노려봐야 했다. 당장 성적이 좋고 잠재력 있는 선수보다는 과거에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최근 부진했던, 반등 가능성 있는 투수를 데려와야 했다. 이런 과정에 정철원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지난해 정철원은 36경기 32⅓이닝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으로 부진했지만 롯데는 정철원의 구위에는 문제가 없고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2023년 신인 1라운더이자 구단 역대 최초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까지 작성한 김민석을 내주는 결단도 감수할 정도로 불펜 보강은 절실했다.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된 정철원은 2022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군 데뷔 시즌 58경기 72⅔이닝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의 성적을 남겼다. 두산 불펜의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고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이때 두산 사령탑이 김태형 감독이었다. 정철원의 최고점을 김태형 감독이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철원에게 신인왕 타이틀을 안겨준 뒤 김태형 감독은 두산과 계약이 만료되면서 팀을 떠났다. 1년 해설위원 생활을 한 뒤 지난해 롯데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고, 정철원과 다시 만나게 됐다. 3년 만의 재회다.

정철원도 김태형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정철원은 “김태형 감독님은 저를 이 자리까지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다”라면서 “롯데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2022년에 김태형 감독님과 함께했기에 가능한 것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22년의 좋은 기억을 롯데에서 되찾으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 정철원은 “롯데에서 그때(2022년)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서 다시 한 번 잘 던질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철원은 트레이드 직후 부산에서 머물 집도 구하는 등 신변을 정리하고 1월부터 사직구장으로 출근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덧 부산 사람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정철원이다. 그는 “아무래도 부산이 서울보다는 따뜻한 것 같다. 처음에 부산 내려왔을 때는 반팔 입고 다녀도 안 추웠는데 이제는 춥더라. 사람이 적응을 하다 보니까 부산 날씨도 많이 춥게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사직구장으로 출근하면서 새로운 동료들과도 부지런히 친분을 쌓았다. 그는 “동갑내기인 박진이와도 친해지고 (정)보근이와도 얘기를 나눴다. (최)준용이, (고)승민이, (나)승엽이, (손)성빈이랑 얘기도 많이 했다. 얘기들을 잘 해주면서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대만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 곧장 피칭을 펼칠 수 있도록 부지런히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만에서 바로 포수에게 던질 수 있도록 캐치볼, 웨이트 등을 이어가고 있다. 코치님들께서도 더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스케줄도 받아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전력 자체는 뒤처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본인의 활약으로 팀에 더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는 “언제나 제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을 우선시 했다. 롯데에서도 똑같다. 제 성적이 좋으면 팀 성적도 같이 따라올 것이다”라며 “제가 잘해야 다른 투수 형들과 시너지가 나서 다 같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승에 가까운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으로 다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수진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한다. 두산이 지난해 4위를 하고 롯데가 7위를 했지만, 롯데의 전력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올해는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강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정철원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롯데 마운드는 7~8회가 가장 취약했다. 7회 피안타율 3할1푼6리, 피OPS .880을 기록했고 8회에도 피안타율 3할9리, 피OPS .874에 달했다.
기존의 김상수와 구승민에 정철원이 가세해서 7~8회를 안정적으로 맡아줘야 한다.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최준용까지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지난해 취약점인 불펜진은 확실하게 보강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건강하고 젊은 정철원이 좀 더 힘을 내줘야 하는 것은 맞다. 정철원이 2022년 신인왕 시즌의 활약을 재현한다면 롯데는 가을야구로 향할 수 있다.

정철원은 “감독님께서 어떤 야구를 추구하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팀에 도움이 되도록 안 다치고 완주하고 싶다”라며 “저는 감독님께서 던지라고 하면 언제든지, 10점 차이라도 열심히 던질 것이고 감독님께서 만족하실 만한 경기 운영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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