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출신 탑(최승현)이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부터 그룹 탈퇴, 복귀작 '오징어게임2'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무엇보다 빅뱅 탈퇴와 관련해 자세한 입장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고, 재결합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의 배우 탑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으로 데뷔한 탑은 2022년 발표한 '봄여름가을겨울'을 끝으로 그해 2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종료하며 팀을 떠났다.
이후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서 퇴물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아 배우로 돌아왔다. 한때 래퍼로 잘 나갔지만, 유튜버 이명기(임시완 분)가 추천한 코인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 인물이다. 코인으로 생긴 빚으로 인해 게임에 참가하고, 합성 마약을 몰래 반입해 목걸이에 숨겨놓고 복용하는 캐릭터다. 실제 '대마초 문제'를 일으킨 탑의 모습과 닮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합류 과정을 두고 "글로벌 작품에 이정재, 이병헌 등과 친분으로 추천된 것 아니냐?"는 인맥 캐스팅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대해 이정재-이병헌 등은 "사실이 아니다. 캐스팅에 관련하는 건 배우의 월권"이라고 반박했고, 황동혁 감독은 "그에게 가능성을 봤고, 부족한 부분이 보일 때마다 여러 번의 오디션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며 루머를 해명했다.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탑이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과거를 비롯해 "한국에서 컴백 안 한다"던 은퇴성 발언까지 소환돼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여기에 작품 공개 직후에는 연기력 호불호가 불거지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 '타짜-신의 손'(2014) 이후 11년 만에 공식 인터뷰에 나선 탑은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수첩과 볼펜을 따로 준비했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최승현입니다. 가장 먼저 너무 오랜만에 11년 만에 인터뷰를 하게 돼 저 또한 신중한 마음으로 고민도 많았고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나왔다"며 "적당한 시기를 찾아서 만나 뵙고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늦어지게 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것들을 진실되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 드리고 잘 부탁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이날 탑은 인터뷰 내내 입술을 파르르 떨거나, 손까지 떨면서 긴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탑은 대마초 논란을 겪은 뒤, 의경 신분에서 박탈돼 사회복무요원으로 재복무했다. 하지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속에서 2019년 7월 소집해제됐고, 네티즌들은 "복귀할 생각 하지 마라"고 비난을 보냈다. 이에 탑은 "그럴 생각 없다"며 "한국에서 컴백 안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연예계 은퇴 발언도 이때 나왔다.
빅뱅을 탈퇴하면서 팬들에게 유난히 미운털이 박혔는데, 한때 가족 같았던 멤버들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라는 사람은 빅뱅이라는 팀과 전 회사(YG)에 내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너무나 큰 피해를 준 사람이다. 그래서 수 년 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더이상 피해를 줄 수 없으니 팀을 떠나겠다'고 얘기했다"며 "이제 나 혼자 무언가를 해나가고 앞으로 뭔가 해나가야 한다면, 그것에 대한 모든 것도 감내해야 하고 질타도 감내해야 한다. 내가 다시 피해를 준 팀으로 들어가면 나라는 사람의 꼬리표가 멤버들에게 붙는 게 면목이 없고, 스스로 괴로움이 커서 떠나겠다고 말한 지 오래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결합을 원하는 팬 분들이나 그런 분들의 글을 볼 때 나도 가슴이 아팠다. 왜냐면 나로서는 확실하게 해두고 가고 싶었지만 얘기할 만한 창구가 없었다.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의 글을 보고, 멤버들의 사진을 볼 땐 죄책감을 느꼈다"며 "사실 나한테는 헤어진 가족의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SNS에서도 그런 걸 볼 때 당사자가 아니면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방법을 택한 나도 경솔했지만, 나의 진짜 뜻은 그게 아니었다"며 진심을 고백했다.

"지금 빅뱅 멤버들과 연락하나?"라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현재로선 하고 있지 않다"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조금 마음이 진정되고, 지금은 나조차도 너무 미안한 마음도 크다. 아직까지 선뜻 연락은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탈퇴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이 만류하거나 얘기를 나누진 않았냐?"는 말에 탑은 "그런 점은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이 자리 있지 않은 멤버나 사람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게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난 이미 사회복무요원에서 소집해제가 된 후부터 정확히 햇수로 5년~6년 전에 팀을 떠나겠다고 했고, 그렇게 한 지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과거 팬들과 설전도 벌였고, 자신을 그렇게 사랑해 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팬들과 설전을 벌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악의적으로 계속 SNS에 와서 악플을 다는 분들도 계셨다"며 "그냥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그때 겪었던 그 어둠과 직면해 있던 어려움 등은 내 자신이 가본 적 없는 길이라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경솔했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너무 후회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탑은 "지난 7년 동안 거의 사회 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음악 작업실에서만 살다시피 했다.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내가 살기 위해서 음악을 만들었던 거 같다"며 "그 어두운 마음과 쓰라린 고통의 심리를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서 시간을 보내며 엄청나게 많은 곡을 만들었다. 그 곡 또한 당연히 팬분들께 들려드려야 하는 나의 큰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그것에 상처받은 팬 분들께 그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다시 치유해 드려야 되는 것도 책임감이라는 생각을 막중하게 갖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곧 그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탑은 3년 전 빅뱅을 탈퇴했지만, 여전히 재결합 설이 나오고 있다. 그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을 내고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날 때 빅뱅으론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서 작업했고, 그 결과를 내놓고 회사와 계약도 만료했다"며 "아직도 팬 분들은 재결합을 원하시고 희망을 갖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났다기보단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없고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또한 "SNS에 나와 멤버들을 태그해서 항상 붙어 있는 사진이 많다보니까 아직도 멤버들한테 죄책감이 있고, 평생 미안함을 갖고 살아야할 것 같다. 그 사진을 보는 게 헤어진 가족 사진을 바라보는 것 같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괴로움을 못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탈퇴와 정리하는 과정 등을) 잘못된 방법으로 했던 거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가슴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이번 오겜2가 공개되고 탑이 빅뱅으로 돌아오면 좋겠다는 여론도 형성된 것 같다"는 말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나로선 면목이 없다. 이미 그렇게 마음을 먹은지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이후에 마음이 변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며 재결합 설에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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