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금강불괴’ 저스틴 벌랜더(42)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새 동료가 된 ‘바람의 손자’ 이정후(27)를 알고 있었다. 이정후를 ‘김(KIM)’이라고 잘못 부르긴 했지만 그의 존재는 확실히 인식했다.
벌랜더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후 처음으로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로 25분가량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라디오 방송 ‘KNBR’이 공개한 인터뷰 풀영상을 들어보면 벌랜더가 이정후를 언급한 내용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은 벌랜더는 “버스터 포지 야구운영사장이 내게 전화를 걸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는 별로 고려하지 않은 팀이었다. 포지의 전화가 온 뒤 찾아봤는데 정말 힘든 지구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이 팀은 과소평가된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며 이정후를 지칭하는 말을 했다.
“김(KIM)이 돌아오고, 윌리 아다메스가 합류했다. 타일러 피츠제럴드는 작년에 2루수로 훌륭한 후반기를 보냈다. 젊은 선발투수들도 있고, 상위 선발들은 지금까지 잘해왔다. 맷 채프먼과도 장기 계약을 했고, 이 팀이 뭔가 특별할 것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벌랜더의 말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KIM은 없다. 벌랜더가 말한 KIM은 맥락상 어깨 부상에서 돌아오는 이정후를 의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름을 잘못 말하긴 했지만 이정후의 존재를 벌랜더도 인식하고 있었고, 넓게 본다면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여러 선수 중 가장 먼저 이정후의 이름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데뷔한 뒤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메츠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19시즌 통산 526경기(3415⅔이닝) 262승147패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3416개를 기록 중인 벌랜더는 사이영상 3회, 올스타 9회 경력을 자랑하는 당대 최고 투수. 현역 투수 중 최다 승리, 이닝, 탈삼진 기록을 갖고 있다.
1983년생으로 올해 42세가 됐지만 여전히 선발투수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지난 12일 벌랜더와 FA 계약을 공식 발표했는데 1년 1500만 달러 조건이다. MVP, 사이영상 1~3위 득표시 각각 20만 달러, 15만 달러, 5만 달러 인센티를 받을 수 있다. 트레이드 거부권과 함께 원정경기시 호텔 스위트룸을 제공받는 조건도 추가했다.
지난해 휴스턴에서 어깨, 목 부상으로 17경기(90⅓이닝) 5승6패 평균자책점 5.48에 그쳤지만 올해 부활을 자신한다. 벌랜더는 “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열정이 남아있고,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내 기량도 아직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휴스턴 시절 저스틴 벌랜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01/15/202501152050777881_6787e018a0f50.jpg)

이어 그는 “작년 부상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부상에서 배우지 않으면 야구를 오래 할 수 없다”며 “오프시즌 운동 프로그램을 많이 바꿨다.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공을 손에서 떼지 않고 오프시즌 내내 공을 던졌다. 작년에는 이맘때 캐치볼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벌써 92마일(148.1km)이 나온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 몸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걸 유지하면서 봄을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벌랜더는 “샌프란시스코가 내게 연락을 하고, 관심을 표명해줘 놀랐다. 구단은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젊은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올라올 거라 보고 있다. 내가 자이언츠 팬이라면 정말 흥분될 것 같다”며 새로운 팀에서 젊은 선수들과 펼쳐질 여정을 기대했다.
대투수와 한솥밥을 먹게 된 이정후도 설렌다. 지난 13일 미국 출국 전 인천 공항 인터뷰에서 벌랜더에 대해 “너무 슈퍼스타다. 어렸을 때부터 본 슈퍼스타와 같은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 수비든 공격이든 내가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공수에서 승리 도우미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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